[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중국이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자급자족’에 나선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DDI도 노리는 분위기다. 반도체 굴기와도 연결된다. 국내 DDI 업체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20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은 DDI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 유잉구커지, 에스윈에 이어 BOE 등도 준비 중이다.
DDI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LCD 등을 구성하는 픽셀을 구동하는 데 활용되는 반도체다. 박막트랜지스터(TFT)를 통해 레드·그린·블루(RGB) 서브픽셀을 제어한다. 패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스마트폰에 1개, TV와 태블릿 등에는 여러 개가 탑재된다.
그동안 중국은 DDI를 한국, 대만 등에 의존해왔다. 해당 시장은 약 30% 점유율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필두로 LG그룹 계열사 실리콘웍스, 대만의 노바텍, 하이맥스, 시트로닉스 등이 주요 공급사다.
중국은 자체 조달을 통해 원가절감, 공급 안정성 확보 등을 이뤄낼 계획이다. 유잉구커지는 DDI 투자 자금으로 2800만달러(약 340억원)를 확보했다. 지난해부터 생산한 OLED DDI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에스윈도 지난해 OLED DDI를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BOE를 키워낸 왕둥성 총경리가 이끌고 있다. 최근 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 영입 이슈로 화제가 된 곳이다. 에스윈은 21억위안(약 3385억원)의 투자금을 마련, 인재 영입 및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도 DDI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인력을 채용, DDI 내재화를 시도하고 있다. 패널을 생산하는 만큼 시너지가 예상된다.
중국의 DDI 자립화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1차적으로 삼성전자, 실리콘웍스, 아나패스 등의 중국발 납품량이 줄어들게 된다.
2차적으로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가 영향권에 든다. 중국 업체가 직접 DDI를 설계할 경우 생산은 현지 파운드리 SMIC, 화홍그레이스 등에 맡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국 반도체 업체 성장을 돕기 위함이다. 삼성 파운드리, DB하이텍 등의 수주물량이 감소한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DI 시장이 D램,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처럼 크지는 않지만 완전 작다고 볼 수도 없다”며 “중국의 DDI 자체 공급은 자국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체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