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중국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략이 심화되고 있다. 추격을 넘어 새로운 분야 선점에 나섰다. ‘액정표시장치(LCD) 사태’를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마이크로OLED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망원경용을 생산했지만,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분야에는 아직 적용하지 못했다.
마이크로OLED는 실리콘 기판으로 제작된다. 플라스틱, 유리 기판 등으로 만드는 일반 OLED와 다른 점이다. 패널의 화소 크기는 4~20마이크로미터(㎛)로 10배 정도 줄어든 수준이다. 화소가 작으면 해상도를 높일 수 있다. VR·AR 전용 디스플레이는 해상도가 높아야 화면이 깨지지 않는다.
BOE는 매출처 확보 차원에서 VR·AR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미 마이크로OLED 파일럿 라인은 구축했고, 1단계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 4일에는 선익시스템과 마이크로OLED 제조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마이크로OLED 사업을 본격화한 업체가 없다. LG디스플레이가 연구하고 있는 정도다. 중국 업체가 한발 앞선 상태다. BOE는 화웨이, 샤오미, JDI 등과 패널 활용 관련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OE는 스마트폰, TV 등에 사용되는 OLED 패널 라인도 늘리고 있다. 중국 충칭의 6세대(6G) OLED 라인 ‘B12’ 증설을 위한 장비 발주가 한창이다. 청두(B7), 멘양(B11)에도 OLED 공장이 있고, 푸저우에는 ‘B15’를 착공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퀄컴의 지문인식센서를 활용한 구부리는(Flexible, 플렉서블) OLED를 만든다고 밝혔다.
에버디스플레이는 최근 태블릿 및 노트북용 OLED 패널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상하이 4.5세대 라인을 시작으로 팹을 계속 세우고 있다. 티엔마와 CSOT는 모바일용 OLED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양사는 우한에 6세대 OLED 라인을 두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정부 지원에 힘입어 생산라인을 확충하고 있다. 화웨이, 샤오미 등 자국 업체에 우선 납품 가능한 점도 유리하다”며 “아직 기술력은 국내 업체 대비 부족하지만 LCD처럼 언제 따라올지 모른다. 기술 우위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에서 국내 인력을 빼가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물량 승부는 안 되고, 결국 우리의 승부수는 기술력이다. 인력 유출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정부와 기업이 협업해 디스플레이 인재와 기술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