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40년 삼성맨, 中 반도체 키운다…업계 “어제오늘 아니지만 내일 걱정”

김도현
- BOE·CSOT·SMIC 등 주요 직책 맡은 한국인…기술유출 우려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중국으로 사람과 기술 넘어가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내일이 걱정됩니다.”

40년 삼성맨이 중국 업체 경영진으로 합류하자,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서 나온 우려다. 지난 10일 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이 중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구동칩 업체 에스윈(ESWIN)의 부총경리로 영입됐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로 치면 총경리는 회장, 부총경리는 부회장이다.

장 전 사장은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총괄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천안사업장 공장장, LCD사업부장, 중국삼성 사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삼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산증인이다. 장 전 사장의 행보가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겨준 이유다.

◆BOE 회장과 삼성전자 사장 ‘맞손’=에스윈은 BOE를 키워낸 왕둥성 총경리가 이끌고 있다. 그는 올해 2월에 에스윈 총경리로 선임됐다. 왕 총경리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해 7월 BOE를 젊은 세대에 넘겨주면서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며 “전자정보 산업 베테랑으로서 중국의 반도체 결핍과 디스플레이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꿈을 꿨다”고 밝혔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회장 출신과 삼성전자 전 사장의 만남은 국내 업체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에스윈은 두 사람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통상 고위급 인사가 움직이면, 해당 인물의 ‘사단’도 따라간다. 장 전 사장과 밀접한 연구원, 엔지니어 등이 빠져나간다는 의미다. 향후 추가 인력 이동 가능성도 있다. 국내 업체들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에스윈은 시안, 허페이 등에 대규모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지난 8일에는 21억위안(약 3385억원)의 투자금을 확보, 인재 영입 및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한국 최대 기업에서 사장까지 한 인물이 중국 업체로 갔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내 업체 임직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中에 쌓이는 韓 ‘국보급’ 사람·기술=장 전 사장 외에도 한국의 핵심인력들은 중국 업체에 종사하고 있다. 중국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에는 한국인 수십여명이 근무 중이다. SMIC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으로 꼽히는 기업이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파운드리 분야 세계 5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중국 자체 반도체 기술력이 부족한 만큼 국내 인력들이 연구개발(R&D) 핵심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양쯔메모리테크놀러지(YMTC), 푸젠진화반도체(JHICC) 등 메모리 제조사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모시기에 적극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우회 경로를 통해 연구진을 데려갔다면, 이제는 회사 홈페이지 공고에 올리는 등 노골적으로 인력을 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마찬가지다. BOE가 구축하고 있는 B12 라인은 삼성디스플레이 출신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B12는 중소형 OLED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해당 시장 1위 삼성디스플레이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입혀지는 셈이다.

중국 2위 디스플레이 업체 CSOT는 김우식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전 부사장을 대표로 선임한 바 있다. 국내 업체를 떠난 지 오래됐지만, 업계에서는 초기 기술력 확보 및 인재 영입 등에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비업체 관계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의 한국 인력 영입은 계속되고 있다. 알게 모르게 넘어간 직원들도 많을 것”이라며 “사람이 곧 기술이다. 핵심 기술의 경우 ‘국보’라 불릴 정도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주요 인력을 지켜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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