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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월매출 ‘최고’ 찍은 넷플릭스, 망사용료에 쓸 돈 없다?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한국에서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며 통신사를 상대로 소송전에 돌입한 넷플릭스가 지난달 역대 최대 국내 매출을 기록했다. 코로나19와 맞물려 국내에서도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지난 3월 한 달에만 최소 362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 그러면서도, 넷플릭스는 이용자 증가로 트래픽 폭증을 견뎌야 하는 망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3월 한국인이 넷플릭스에서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362억원으로 조사됐다. 역대 최고다. 이번 조사에서는 LG유플러스 등 통신사 통합결제와 앱스토어 결제방식은 제외됐다. 해당 유료 고객까지 포함하면 한국인 넷플릭스 결제금액과 사용자수는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한국인 넷플릭스 월 결제금액은 362억원으로, 2년 전인 2018년 3월 34억원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유료사용자 수는 26만명에서 272만명으로 뛰었다. 지난 달 기준, 한국 넷플릭스 유료사용자는 1인당 월평균 1만3287원을 지불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 39% ▲30대 25% ▲40대 18% ▲50대 이상 18% 순이다. 스마트폰 이용 조사에서도, 한국인 넷플릭스 사용자는 매달 증가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준 지난달 넷플릭스 앱을 한 번 이상 이용한 고객은 역대 최대 규모인 463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넷플릭스 트래픽 증가로 이어진다. 작년 연말과 비교했을 때 올해 3월 넷플릭스 국내 트래픽은 약 2.3배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이렇게 폭증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정작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곳은 통신사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트래픽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3차례, 올해 4차례나 해외망을 증설했다. 이중 코로나19 확산과 ‘킹덤2’ 공개 등으로 지난 3월에만 인터넷 트래픽 용량을 두 차례나 늘렸다. 향후에도 2~3차례 해외 트래픽 용량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넷플릭스‧구글 등 주요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이 망 사용료를 피하고 있어, 네트워크 트래픽 이용량이 증가할수록 서비스 품질관리를 위한 투자 부담은 오롯이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가 짊어지는 구조가 됐다는 설명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CP 및 페이스북 등 일부 해외CP는 망 사용료를 지급하며, 인터넷 생태계 일원으로서 ISP와 책임을 공동 부담하는 모습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한국의 우수한 초고속인터넷 품질에 기대 국내 사용자에게 고화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일례로, 넷플릭스는 유럽연합(EU) 권고에 따라 코로나19에 따른 인터넷망 과부하를 막기 위해 화질을 낮춘 바 있다. CP 콘텐츠 품질이 트래픽과 직결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인터넷 인프라가 우수하다는 이유로 망 효율화 정책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같은 영상이라도 SD급과 UHD급을 전송할 때 트래픽 차이는 8배에 달한다.

SK브로드밴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9차례가량 넷플릭스와 협상을 시도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캐시서버 설치로 망 사용료를 대신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법무법인 김앤장을 앞세워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넷플릭스가 밝힌 오픈커넥트(OCA) 지원 정책은 미국에서 시작한 국제 트래픽을 서비스 국가까지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해당 국가 내 ISP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트래픽 부담과 비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은 이렇지만, SK브로드밴드는 망 부하를 막기 위해 임의로 넷플릭스 서비스를 중단할 수도 없다. ISP는 의무적으로 접속을 허용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접속거부권 도입을 금지하고 있다. 구체적인 거래조건에 대해서는 협약할 수 있지만, 이용자 편익 측면에서 접속 자체를 끊을 수 없다.

반면, 해외에서는 접속 중단을 통해 정산을 받은 사례가 있다. 2010년 레벨3는 넷플릭스를 고객으로 유치했는데, 컴캐스트 가입자와 연결 과정에서 망 부하가 발생했다. 컴캐스트가 접속 용량을 기존 200G에서 260G로 늘렸음에도, 넷플릭스 콘텐츠를 수용할 수 없었다. 이에 컴캐스트는 정산을 요구했고, 레벨3가 이를 거부하자 망을 단절시켰다. 이후 레벨3는 정산을 통해 일부 망 용량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기로 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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