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액정표시장치(LCD) 공세가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국내 업체들은 LCD 비중을 줄여왔고, 결국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내 생산중단을 선언했다. 중국 업체들도 수익성 악화로 교통정리 되는 분위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CD TV 패널(55인치) 가격은 121달러다. 국내 업체의 생산량 축소 등으로 지난해 말(110달러) 대비 반등했지만, 지난 2017년 1월(222달러)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중국의 ‘저가물량’ 작전이 LCD 가격 급감의 이유다.
LCD 시장이 위축되자, 패널 제조사들은 전략을 수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형은 퀀텀닷(QD)으로 방향을 잡았다. 내년부터 충남 아산, 중국 쑤저우 등에서 제조된 LCD를 공급하지 않는다. 아산 LCD 라인은 QD 및 접는(Foldable, 폴더블) 디스플레이 등으로 전환한다. 쑤저우 공장은 TCL 등 중국 업체들이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도 OLED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중국 광저우 OLED 공장 가동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LCD 비중이 여전히 높아, 당장 사업을 중단하지는 않는다.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방침이다.
중국 내 우후죽순 생긴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LCD 부진에 영향을 받았다. BOE, CSOT 등은 OLED 준비에 돌입한 반면, 일부 업체들은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CEC판다, HKC 등이 대상이다. CEC판다는 옥사이드(산화물) 트랜지스터(TFT), HKC는 비정질실리콘(a-Si) TFT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LCD 가격 하락을 이겨내지 못했다. 두 회사는 현지 대형 업체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CD는 수익성이 저하됐고, OLED 채택률이 높아지는 추세”라면서도 “LCD가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아직 스마트폰과 TV 등에 탑재되는 경우가 많다. LCD 사업의 가치가 남아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의 빈자리를 두고, LCD 제조사 간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에 ‘QLED TV’ 패널 등을 공급해왔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비중은 약 30%다. 기존 공급사인 BOE, AUO 외에 LG디스플레이, 샤프 등이 해당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