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결단을 내렸다. ‘액정표시장치(LCD) 정리’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출구 전략은 이미 정해놓은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QD)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점찍었다.
LCD는 30년 넘도록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와 함께 해왔다. 패널 제조사와 협력사의 ‘복덩이’였고, 일본을 넘어 디스플레이 1위 국가로 성장하게 했다. 여전히 장비업체는 중국 업체들에 LCD 장비를 대량 공급하고 있다.
변화의 기점은 하이디스 매각부터다. 하이디스는 과거 현대전자의 박막트랜지스터(TFT) LCD 사업부다. BOE는 지난 2002년 하이디스를 45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BOE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로 거듭나게 한 계기가 됐다.
하이디스 매각 이후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LCD 공장 증설에 나섰다. BOE 외에도 CSOT, 비전옥스, 티엔마 등이 LCD 패널을 양산했다. 이들 업체는 저가물량 공세를 펼치며, 시장을 장악했다. 패널 가격은 급감했고, 삼성·LG디스플레이 LCD 사업은 적자 전환했다.
적자가 이어지자, 국내 디스플레이 양대산맥은 LCD를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부터 LCD 생산을 중단한다. 충남 아산사업장, 중국 쑤저우 등에 있는 7·8세대 라인을 올해까지만 가동한다. LG디스플레이는 아직 LCD 실적 비중이 높아, 순차적으로 줄여나갈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국내 TV용 LCD 패널 생산라인을 연내 정리할 방침이다.
양사가 새 판 짜기에 돌입한 만큼, 국내 업계는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세대교체 성공 시 중국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다. 반대의 경우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밀려난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된다.
이미 중국도 OLED 투자에 돌입했다. LCD와 달리 QD 및 OLED는 요구되는 기술력 수준이 높다. 중국의 추격이 쉽지 않을 전망이지만, LCD 사례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계속되는 기술 및 인력 유출도 변수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LCD 정리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면, 디스플레이 1위 자리를 지켜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