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LG화학이 중국 화학업체에 컬러필터용 포토레지스트(PR·감광제) 사업을 매각한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정리하는 차원이다.
27일 중국 야커커지는 지난 25일 자회사 스양궈지가 LG화학의 컬러필터 PR 사업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충북 청주 공장 내 생산설비를 비롯한 지적재산권·재고 등이 포함된 계약으로, 금액규모는 580억원이다. 양국 정부의 승인 절차가 남은 상태다.
컬러필터 PR은 디스플레이 컬러필터 양산에 활용된다. 컬러필터는 LCD에서 다양한 색을 구현하기 위한 얇은 층으로, 레드·그린·블루(RGB) 서브픽셀로 구성된다. 백라이트유닛(BLU)에서 나온 빛이 컬러필터를 거치면 색이 변하는 방식이다. 셀로판지에 손전등을 비추면, 특정 색이 나오는 것과 같은 원리다.
PR은 노광 공정에서 사용되는 소재다. 반도체 PR의 경우 이를 바르고 웨이퍼에 빛을 쏘면, 회로 모양이 남겨진다. 컬러필터 PR은 컬러필터 층에 서브픽셀을 새길 때 적용된다. 투명 전극으로 쓰이는 인듐주석산화물(ITO)에 RGB 픽셀을 구분하는 BM(Black Matrix)를 설치한다. 구분된 칸마다 RGB 안료를 섞은 PR을 도포하고, 빛을 쬔다. 이후 세정, 현상 등의 과정을 거치면 컬러필터가 완성된다.
현재 LCD 산업은 수익성 부진에 직면했다. 중국 업체들의 물량공세로 LCD 패널 가격이 급락한 탓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처럼 높은 기술력은 요구하지 않아, BOE·티엔마·비전옥스 등의 추격이 빨랐다.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한 이유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은 OLED 전환 속도를 높이는 추세다.
LG화학 역시 계열사 LG디스플레이와 발맞춰, LCD 관련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이번 컬러필터 PR 매각에 앞서, 지난 3일 LCD 유리기판 사업 철수를 공식화했다. 중국 내 급격한 생산설비 증가 등으로 인한 전방산업 시황 악화에 따른 조치다. LG화학은 LCD 사업 정리 속도를 높이는 한편, 배터리 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야커커지는 지난 2016년 국내 유피케미칼을 1972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유피케미칼은 SK하이닉스의 주요 프리커서(전구체) 공급업체다. 전구체는 D램 제조 공정 핵심 재료로, 디스플레이 생산에도 활용 가능하다. 야커커지는 컬러필터 PR 부문 인수를 계기로 반도체용 PR까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