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할수록 소비자후생이 높아진다. 소비자가 자사 제품을 선택하도록 제품·서비스를 발전시키기 때문. 국내 렌털시장이 그러하다. 방문판매 인력을 중심으로 시작된 기존 렌털업체들에 더해 최근 몇 년 사이 홈쇼핑·온라인 채널을 활용한 후발주자들도 경쟁에 합류했다.
이들 경쟁은 고도화된 제품·서비스를 만들어냈다. 렌털 대표 제품군인 정수기는 우리나라만큼 발전한 곳이 없다. 냉수·정수·온수 물이 한 번의 터치로 적정량이 나오는 기능은 기본이다. 물탱크를 없앤 직수 정수기부터 커피나 살균수도 출수한다. 사물인터넷(IoT)를 결합해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정수기 사용량 파악도 가능하다. 전문화 된 방문 점검 서비스는 국내를 넘어 동남아시아에 정착해 ‘렌털 한류’를 이끌고 있다.
현재 시장 안팎 상황들은 렌털업계가 변화할 때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공유경제 확산·1인 가구 증가로 시장 규모는 커지는 상황이다. KT경영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렌털 시장 규모는 생활가전 10조7000억원, 차량 및 장비 포함 총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업체별 대표 제품인 정수기는 국내에서 레드오션이다. LG·SK 외 또다른 대기업 진출설도 꾸준히 흘러나온다. 이런 상황들은 렌털업계에 위기이자 기회다.
이제까지 렌털업체 별 제품과 서비스는 큰 틀에서 대동소이했다. 어느 업체나 대표 제품군은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다. 식기세척기·전기레인지 등 최근 확장 품목도 유사하다. 이 제품들을 관리해주는 정기점검 서비스는 업체별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소비자가 업체를 선택하는 기준은 ‘브랜드’가 좌우하는 측면이 컸다.
향후 렌털업체는 산업간 융합을 활용, 제품 및 서비스를 다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메세지 뿐 아니라 대리운전·선물하기 등 각 분야를 선점한 카카오처럼, 렌털업체도 기존 영역을 벗어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SK매직은 계획 단계이긴 하지만 렌털제품 방문 점검 시 보안·헬스케어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라이프케어’ 기업이 목표다. 쿠쿠는 화장품이나 반려동물 사료·의약품 등 렌털제품과 함께 쓸 수 있는 제품군을 준비 중이고, 코웨이는 넷마블과의 시너지로 ICT기술을 활용한 구독경제 모델이 언급되고 있다. 코웨이는 미국에서 개최되는 ‘CES’에 매해 참가하며 스마트 베드 시스템, 패션 제안 의류관리기 등을 선보인 바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건 더 세밀하고 전문화된 ‘고객 맞춤형’ 서비스다. 서로 비슷한 제품으로만 경쟁하면 ‘제 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변질 될 수 있다. 반면 렌털업체들이 자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면 기업별 강점과 정체성은 뚜렷해지고 소비자 선택권은 더 넓어진다. 렌털업체들이 이종산업과 ICT기술을 융합해 어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