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LG전자가 올해 첫 플래그십 스마트폰 ‘V60씽큐 5G’를 출시했다. 눈여겨볼 점은 유선 이어폰 잭이 그대로 유지됐다는 점이다. 애플은 아이폰7 이후로, 삼성은 최근 출시된 갤럭시Z플립과 갤럭시S20 3종에 3.5밀리미터 스테레오 단자(이어폰 잭)를 없앤 것과 다른 방향이다.
제조사 입장으로만 보면 이어폰 단자를 없애는게 여러방면으로 유리하다. 스마트폰 구매자들에게 번들 이어폰을 제공하지 않아도 되고, 자사 무선이어폰을 구매하도록 할인혜택을 주면 회사 이익이 늘어난다. 스마트폰 자체로도 디자인 일체감을 주고 방수 기능도 높아진다.
그럼에도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단자를 없애지 않은 것은 “소비자 만족을 위해서”라는 것이 LG전자 관계자의 답변이다. 무선이어폰이 편리하긴 하지만 오디오에 민감한 사람이나 음악 애호가들은 음질 면에서 아직까지 유선 이어폰을 고수한다는 이유다.
좁게 보면 음질을 중시하는 일부 소비자들을 위해 이어폰 잭을 남겨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넓게 보면 LG전자가 추구하는 ‘매스 프리미엄 스마트폰’ 방향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이미 무선이어폰으로 완전히 전환한 얼리어답터보다 아직은 유·무선 이어폰을 혼용하며 쓰는 ‘다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사회학자이자 매스컴 이론가 에버렛 로저스가 주장한 ‘혁신의 전파 법칙’에선 고객을 혁신가(2.5%), 얼리어답터(13.5%), 초기 다수(34%), 후기 다수(34%), 말기 수용자(16%) 5개 범주로 나눈다. 이 법칙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이뤄졌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아직이다. LG전자는 얼리어답터들 중심으로 사용하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수에게 판매하는 ‘매스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략을 구상 중이다.
LG전자가 강조한건 스마트폰 투트랙 전략이다. 5세대(5G) 초기 시장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5G가 안착한 시장엔 매스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플래그십 라인인 V60씽큐는 매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선두 모델로도 볼 수 있다.
V60 씽큐는 듀얼 스크린과 함께 초고화질(8K)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마이크를 3개에서 4개로 늘려 주변 소음 방해 없이 브이로그 촬영도 가능하다. 출고가는 미정이지만 삼성 ‘갤럭시S20’보다 저렴하고 작년 모델과 비교했을 때 더 합리적인 800달러(97만원)에 책정될 전망이다.
여기에 LG전자는 5G 초기 시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이통사 마케팅을 함께 고려했다. 5G 고객 유치를 위한 이통사 지원금 등으로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단 의미다. 새로운 폼팩터 및 고성능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써보고 싶지만 타사 제품 플래그십 모델 비용이 부담스러웠던 소비자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무선이어폰이 훨씬 보편화된다면 추후 LG 스마트폰에서도 단자가 사라질지 모른다. ‘아직’ 없애지 않은 것은 소수보다 다수를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반면, 5G 시장 안정화와 단통법 등 규제로 고가 모델 가격 할인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흐름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준프리미엄 제품을 판매하려는 LG전자의 매스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략은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