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분야도 세계 1위를 하겠다는 의지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는 목표 달성의 선봉장이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들의 의뢰를 받아, 칩을 양산하는 사업이다. 위탁이 없으면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고객사 확보 및 관계 유지가 핵심이다. 대만 TSMC는 팹리스 업계와의 오랜 협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핀펫(FinFET) 트랜지스터, 극자외선(EUV) 공정 도입 등을 통해 확고한 2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업 규모를 키우려 한다. EUV 확대, GAA(Gate-All-Around) 개발 등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걸림돌은 삼성전자의 태생적 한계다. TSMC처럼 순수 파운드리 업체가 아닌 점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설계하기도, 스마트폰을 제조하기도 한다.
팹리스 업체는 기술 유출 우려 등의 문제로 순수 파운드리를 선호한다. 설계와 생산을 병행하는 업체는 경쟁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퀄컴, 애플 등은 삼성전자의 고객사이자 경쟁사다. 퀄컴은 최상단 모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TSMC에, 한 단계 낮은 AP를 삼성전자에 맡긴다.
삼성전자는 고객사 확보 차원에서 지난 2017년 시스템LSI 사업부에 속해있던 파운드리 팀을 독립부서로 분리했다. 다만 여전히 삼성전자에 소속된 하나의 조직이다. 이 때문에 파운드리 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파운드리를 분사하는 것이 맞다. 팹리스 업체들도 바라는 바다. 문제는 자금 조달이다. 파운드리 사업부가 독립 법인이 될 경우 삼성전자는 직접적인 지원을 할 수 없다. LG디스플레이가 적자전환해도, LG전자가 자금 지원을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TSMC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는 매년 설비투자(CAPEX)로 150억~160억달러 20억~30억 달러를 지출한다. 파운드리 사업부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려면, 아직은 삼성전자의 도움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김기남 부회장이 파운드리 분사를 시기상조로 여기는 이유다.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7나노미터(nm) 공정부터는 양강체제로 굳혀졌다. 삼성전자는 후발주자로서의 입지를 확보했다. 이제는 홀로 설 차례다. 삼성전자가 홀로서기에 실패하면, TSMC 넘어서기는 불가능한 미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