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올해 반도체 업계는 지난 2년간 호황을 끝내고, 숨 고르기에 돌입했다. 메모리 가격은 급락했고, 관련 업체는 실적 부진을 겪었다. 국내 업체들은 시스템반도체로 눈길을 돌렸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변수가 있었다. 다만 반등 신호도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5일 D램 가격(DDR4 8Gb 기준)은 2.73달러를 기록, 올해 최저점을 찍었다. 지난해 7월(8.31달러) 대비 급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은 직간접적으로 감산을 선택했다. 이는 장비업체 등 협력사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불확실성을 높였다. 인텔, 퀄컴, 마이크론 등은 화웨이 제재에 동참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등 반도체 장비업체도 영향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3종 수출규제 강화가 화두였다. 국내 업체들은 소재·장비·부품 공급처 다변화 방안을 모색했다.
메모리 부진, 일본 수출규제 등 여러 악재를 맞이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위기 극복에 나섰다. 지난 4월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를 목표로 1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 확대도 같은 맥락이다. 극자외선(EUV) 기술을 선제 도입, 나노 경쟁을 이끌고 있다. 현재 3나노 공정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파운드리 1위 TSMC와 격차는 여전하다. 확실한 2위로 올라섰지만, 추가 고객사 확보가 쉽지 않았다.
자체 제품으로는 이미지센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전력전달제어(PDC) 반도체, 차량용 반도체 등을 잇달아 출시했다. 이 가운데 이미지센서는 세계 최초로 1억화소를 돌파했다. 관련 시장 1위 소니는 4800만화소에 불과하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니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다.
SK하이닉스도 D램 의존도를 낮출 방침이다. 대안은 CMOS 이미지센서(CIS)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경기도 이천 M10 공장 일부를 CIS 양산용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D램 생산능력(CAPA, 캐파)를 줄이고, CIS 물량을 늘린 것이다. 지난 9월에는 CIS 개발을 위한 일본 연구개발(R&D) 센터를 개소했다. 소니의 본거지로 최신 기술 및 우수 인력 확보에 유리하다.
하반기 들어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D램 가격 하락세는 멈췄고, 낸드플래시는 반등에 성공했다. 글로벌 이슈도 풀려가는 분위기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협상 1차 합의안을 도출했다. 일본은 3개 품목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 규제를 완화했다. 업체마다 정확한 시점은 다르지만, 내년 하반기 반도체 업황 회복에는 이견이 없다.
한편 중국 반도체 굴기와 일본 반도체 몰락도 눈에 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메모리 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러지(YMTC), 허페이창신과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 HSMC 등이 생산라인 증설 중이다. 지난 9월 YMTC 64단 낸드 공개, 허페이창신 10나노미터(nm) 8기가비트(Gb) D램 양산 등 일부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반도체 업계는 수난 시대다. 지난달 파나소닉은 대만 누보톤에 반도체 관련 모든 지분을 넘기기로 결정했다. 키옥시아(전 도시바메모리)는 지난 6월 요카이치 공장 정전 사태로 낸드 양산에 차질을 빚었다. 유일한 희망은 소니지만,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 추격이 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