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로 알뜰폰업계가 요동친다. 알뜰폰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수 조건들이 붙어서다.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알뜰폰 시장의 새로운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는 한편 경쟁사들의 견제와 우려도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승인하면서 내건 인가조건에 따라 시장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 인가조건은 ▲5G 도매제공 ▲도매대가 인하 ▲데이터 선구매 할인 ▲결합상품 동등제공 ▲5G 단말기·유심 구매 지원 등이다.
먼저, LG유플러스 망을 빌려 5G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인가조건에 따라 LG유플러스는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인 주요 5G·LTE 요금제를 모두 도매 제공해야 한다. 그간 ‘저가폰’으로만 인식돼 온 알뜰폰 시장에 5G 경쟁이 촉발될 수 있는 것. 현재는 KB국민은행과 KT엠모바일만 5G 알뜰폰을 내놓은 상태다.
도매대가 인하는 알뜰폰의 요금 경쟁력과 직결된 만큼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 망을 쓰는 알뜰폰은 도매대가가 낮아져 더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기 때문. 인가조건에 따르면 5G 도매대가는 당초 논의된 75% 수준에서 66%로 대폭 낮아졌다. LTE 대용량 도매대가 역시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62.5%)보다 4%포인트 내려갔다.
결합상품 제공 조건도 숨은 복병이다. 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을 보유한 LG유플러스의 결합상품을 알뜰폰도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는 그동안 가족 단위 결합상품으로 요금 할인 혜택을 누려온 고객까지 알뜰폰 신규 가입자로 유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통신사 대비 결합상품 경쟁력이 전무했던 알뜰폰이 이 조건을 환영하는 이유다.
일각에선 이번 인수를 계기로 부진한 알뜰폰이 활성화되고 시장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LG유플러스가 도매대가를 인하하고 5G망을 터주면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하나의 이동통신사업자(MNO)는 하나의 알뜰폰사업자(MVNO)만 둘 수 있다는 ‘1사 1알뜰폰’ 원칙이 무너진 만큼 제2의 알뜰폰 인수합병도 점쳐진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인가조건은 파격적인 수준”이라며 “도매대가 할인으로 경쟁력 있는 요금제를 바로 출시할 수 있고, 중소 알뜰폰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결합상품 동등제공이 포함되면서 신규 가입자가 알뜰폰으로 넘어오는 데 큰 허들이 풀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LG유플러스가 앞서가면 SK텔레콤과 KT도 안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LG유플러스를 알뜰폰 시장의 메기로 활용하려고 하는데, 사실 통신사 입장에서 알뜰폰은 이미 레드오션”이라며 “타사 망을 쓰는 알뜰폰 고객군을 자사로 끌어오는 것도 인가조건에 따라 어렵게 됐는데, 시장 활성화가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1사 1MVNO 원칙이 깨졌다고 해서 SK텔레콤이나 KT가 또 다른 인수합병을 계획할 가능성도 적다”면서 “CJ헬로는 상당수 고객을 보유한 대형 사업자였기에 매력이 있었지만, 그 외에는 대부분 중소업체인 데다 이미 자사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들이기 때문에 굳이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