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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U+, CJ헬로 인수…유료방송 M&A 나비효과 어디까지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3년전 시작됐던 통신사와 케이블TV간 결합이 드디어 성사됐다. 정부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조건부 허용한 가운데 내년 초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KT의 케이블TV 인수합병 추진 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뉴미디어 총아로서 수십년간 유료방송 시장을 지배해온 케이블TV은 중장기적으로 시장 퇴출이 불가피하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15일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기 위해 과기정통부에 신청한 주식취득 인가와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건에 대해 조건을 부과해 인가 및 변경승인 결정을 내렸다.

LG유플러스는 올해 3월 15일 과기정통부에 신청했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IPTV 사업자의 케이블TV 인수합병 도전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당시에는 SK텔레콤이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당시 CJ헬로비전)과의 합병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 결정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파트너가 LG유플러스로 바뀐 후 결국 빅딜이 성사됐고 3년전 고배를 마신 SK텔레콤(SK브로드밴드)도 이번에는 티브로드와의 합병을 눈앞에 두고 있다. KT 역시 합산규제 족쇄가 풀릴 경우 적극적으로 M&A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케이블TV 쇠락 가속도…유료방송 시장, IPTV 집중 불가피=이번 인수는 유료방송 시장 생태계에 근본적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십여년간 국내 유료방송 시장을 이끌어온 케이블TV의 쇠락을 더욱 부채질 할 것으로 예상된다.

10년전 IPTV가 등장하기 전까지 케이블TV는 사실상 국내 유료방송 시장을 장악했었다. 위성방송이 있었지만 경쟁상대는 아니었다. 권역별로 나뉘어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막강한 통신사의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IPTV의 등장으로 지배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금씩 점유율을 내주더니 급기야 2017년 11월부터 점유율이 역전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격차는 268만에 달한다. 가입자 격차 확대는 계속될 전망이다. CJ헬로, 티브로드 뿐 아니라 딜라이브도 매각을 추진 중이고 남은 SO들도 통신사에 매각을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CJ헬로와 티브로드가 통신사에 M&A 된다고 바로 케이블TV 사업을 접는 것은 아니지만 유무선 통신상품과의 결합 등, 콘텐츠 투자 등을 가안할 때 케이블TV 가입자의 이탈은 정해진 수순이다. 통신사들이 케이블TV 플랫폼을 유지하려는 의지는 크지 않다.

IPTV 지배력 확대…콘텐츠 생태계에도 영향=플랫폼이 강한 힘을 가질수록 콘텐츠사업자(PP)들은 협상에서 '을'의 위치에 설 수 밖에 없다. 채널번호 위치가 시청률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유료방송사들과의 CPS(가입자당재전송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도 플랫폼이 다변화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1개의 플랫폼만 남게 되면 PP들의 협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TV홈쇼핑 사업자들도 IPTV의 영향력 확대로 송출수수료 확대를 걱정하고 있다. 현대HCN의 경우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LG유플러스와의 송출수수료 분쟁조정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LG유플러스가 송출수수료를 대폭 인상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특정 IPTV와 홈쇼핑 사업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IPTV는 송출수수료 정상화 측면에서 계속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TV 시청률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홈쇼핑 사업자들은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송출수수료가 계속 올라가면 플랫폼과 PP 뿐 아니라 물건을 납품하는 기업, 소비자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용자 측면에서도 경쟁사업자의 퇴출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쟁하는 플레이어가 많을수록 서비스, 요금 측면에서 좋다.

공익성 과점에서 방송 철학이 취약한 통신사임을 감안하면 방송의 공익성, 지역성 약화도 우려된다. 전국단위의 서비스 개념이 강화될수록 지역의 미디어 영향력은 감소될 수 밖에 없다.

규모의 경제 실현…이제는 세계와 경쟁=유료방송 M&A에 따른 긍정적 영향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 실현이 용이해졌다는 점이다.

콘텐츠 투자는 일정규모의 가입자 기반이 확보됐을 때 가능하다. 미디어 시장의 경쟁 트렌드는 가입자 기반에서 점차 콘텐츠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동안 유료방송사들은 기존의 지상파 방송, PP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그쳤지만 점차 경쟁사가 제공하지 않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와 협업하는 것을 비롯해 앙숙이었던 통신사와 지상파 방송사가 손을 잡기도 한다. 그리고 자체 콘텐츠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는 이번 M&A를 통해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 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M&A를 추진하는 사업자들 역시 정부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대해 IPTV 콘텐츠와 함께 실감형, 양방향 콘텐츠 등의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요구했다. 이에 LG유플러스와 CJ헬로는 향후 5년간 각각 2조6723억원, 1조1239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티브로드와 합병하는 SK브로드밴드 역시 SK텔레콤 차원에서 상당한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M&A를 추진하게 될 KT그룹 역시 이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통신사의 막강한 자금력의 투입으로 콘텐츠 생태계는 보다 풍성해질 전망이다. 한류 콘텐츠가 아시아권을 넘어 전 세계로 진출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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