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日 수출규제 대응, 韓 소재·부품·장비 육성…왜?

윤상호
- 외형성장 불구 만성적 해외 의존 구조 고착화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를 계기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국내 경제 약점을 없애는 차원이다. 이번 일을 해결해도 약점이 그대로면 언제든 우리나라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정부는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소재·부품·장비산업은 제조업 허리이자 산업 미래 경쟁력을 담보하는 핵심적 분야”라며 “소재·부품·장비산업은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주요 핵심품목은 수십년 동안 특정국가 의존도가 높고 자체 공급망 형성도 부족했다”라고 설명했다. 성 장관은 “이런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소재·부품·장비산업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고자 한다”라며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대책을 통해 우리 제조업이 새롭게 혁신하고 도약하는 튼튼한 발판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국내 소재·부품·장비산업은 2017년 기준 생산액 786조원이다. 2001년 대비 3배 성장했다. 2018년 기준 수출은 3409억달러(약 413조원)다. 2001년 대비 5배 늘어났다. 무역수지는 201년 9억달러(약 1조원) 적자에서 2018년 1375억달러(약 167조원) 흑자를 기록했다. 2001년 부품·소재 특별법을 도입해 육성했다. 연구개발(R&D) 투자는 5조4000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일본 무역적자는 확대했다. 소재·부품·장비 대일 무역수지는 2001년 128억달러(약 16조원)에서 2018년 224억달러(약 27조원)로 많아졌다. 2018년 대일 전체 무역적자는 241억달러다. 소재·부품·장비 적자가 92.9%다.

반도체는 우리나라가 지난 2002년부터 메모리 분야 1위를 달성한 업종이다. 2018년 기준 한국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은 62.0%에 달한다. 문제는 반도체 생산을 위한 소재와 장비 자체조달수준이 27%에 불과하다는 점. 반도체는 600여개 이상 공정에서 수백여개 소재와 장비가 필요하다.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시스템 반도체는 더 심각하다. 점유율은 3%. 해외 의존도는 더 높다. 일본이 지난 7월4일부터 심사를 강화한 관련 품목 3개가 대표적이다.

디스플레이는 지난 2018년 기준 전체 42.7%를 우리나라 기업이 차지했다. 액정표시장치(LCD)는 29.3%로 2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95.9%로 1위다. LCD는 중국 업체의 공격적 공급 확대로 시황이 나쁘다.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선점해야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자체조달수준은 45%에 그친다. 특히 OLED와 관련한 소재·장비 일본 의존도가 크다.

전기·전자도 일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기전자산업 자체조달율은 63% 수준이다. 차세대 품목인 이차전지 핵심소재 해외의존도가 높다. 자동차와 기계 업종의 경우 자체조달율은 각각 66%와 61%다. 자동차는 배터리 소재, 수소차 부품 핵심소재 등을 수입에 의존한다. 기계는 제조를 위한 제조장비다. 정밀제어부품 등을 해외에서 사 온다. 스마트화와 고부가가치화에 걸림돌이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일본 기업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을 전략물자 수출 허가 강화로 표출한 배경이다. 소재·부품·장비가 없으면 우리나라 제조업도 없다. 우리나라 산업 근간을 볼모로 과거사 등 일본의 국제정치 전략에 일본의 뜻을 따르도록 한 셈이다.

한편 정부는 소재·부품·장비산업 연구개발에 향후 7년 동안 7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개발과 양산, 판매 연결에 주력한다. 그동안 국내 산업 육성 미진은 생산과 수요를 결합시키는 일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세제·금융·규제완화 등 정책 지원도 병행한다. 국내 개발이 쉽지 않을 경우 해외 인수합병(M&A)과 대체 수입처 모색도 도울 계획이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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