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을 확장하는 삼성전자가 내년 업계 1위 TSMC를 제치고 대형 고객사 수주를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가 7나노(nm, 이하 나노) 극자외선(EUV) 공정 양산을 시작하는 내년부터 수주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올해 파운드리 업계 2위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의 7나노 경쟁 이탈로 미세공정 대결은 TSMC와 삼성전자의 2파전으로 좁혀지는 형세다. 인텔은 EUV 도입을 연기했다. 업계에서는 주요 업체 이탈이 파운드리 공정 난도와 비용 부담이 높아졌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는 업계 1위 TSMC의 아성이 견고하다. 한 대만 매체는 TSMC가 내년 출시될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13’를 독점 생산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올해 A12에 이어 내년에도 애플 아이폰 AP 물량을 독식할 것이란 보도다. 앞서 TSMC는 올해 애플은 물론, 화웨이, 엔비디아, AMD, 미디어텍 등 업체를 7나노 공정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퀄컴과 7나노로 협력한다고 발표했으나, 양산 시점은 내년이다. 올해 퀄컴은 TSMC의 7나노 공정을 통해 제품을 생산했다. TSMC는 7나노 공정에 기존 이머전(액침) ArF(불화아르곤)을 적용해 양산 중이다. 올해 삼성전자는 7나노 LPP(Low Power Plus) 공정에서 시제품을 생산했으나 본격적인 양산은 내년 실시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8나노가 주력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7나노 공정에 EUV 장비 적용을 서두르면서 TSMC를 추격하고 있다. 유일한 EUV 장비 생산 기업 ASML로부터 가장 많은 장비를 확보한 업체도 삼성전자인 것으로 파악된다. TSMC보다 EUV 적용 공정 수를 빠르게 확보해 칩 성능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다만 EUV 공정으로 안정적인 양산 수율을 갖추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계획대로라면 내년 하반기에야 양산에 나설 수 있다. 삼성전자가 양산하기 전까지는 TSMC의 7나노 수주 독점이 계속되는 형세다.
업계에서는 미세공정 한계를 극복할 핵심 키(Key)로 EUV 장비를 꼽는다. TSMC가 7나노 이후 미세화 공정에 대한 중장기적 대비보다 바로 눈앞의 선점을 노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만일 삼성전자가 EUV 공정을 5나노와 3나노까지 성공적으로 구현한다면 파운드리 업계의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TSMC는 삼성전자의 추격에 조바심을 내는 분위기다. 지난 6월 TSMC 측은 기술 심포지엄을 통해 빠르면 내년 말 5나노 양산 체제를 구축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최근엔 양산 시기를 2020년으로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를 의식해 무리하게 5나노 양산을 발표했으나 내부적으론 기술 개발 부담이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TSMC도 7나노와 5나노 공정에 EUV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7나노 선점 전략뿐 아니라 미세공정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도입을 서둘렀던 만큼 TSMC가 7나노 EUV 공정 양산에서 뒤처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한편에선 삼성 의존도를 낮추려는 애플이 미세공정 개발 성과와 상관없이 계속 TSMC를 택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EUV 허들을 넘으면 3나노까지 특수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5월 삼성전자는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공정을 2020년까지 개발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액 기준 파운드리 업계 점유율은 TSMC 56.1%, 글로벌파운드리 9.0%, 대만 UMC 8.9%, 삼성전자 7.4% 등이다. 작년 말 기준 점유율과 비교해볼 때 TSMC는 0.2%p 오르고 삼성전자는 0.3%p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