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한온시스템의 작년 4분기 실적이 기대 이상이었다고 평가하는 가운데, 주가는 억눌린 모양새다.
특히 2017년 4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된 지난 9일 이후 첫 거래일인 12일, 개인이 84만주 가량을 순매수했다. 기관과 외인이 순매도한 물량과 비슷한 수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회사 매각 이전, 특정 개인이 물량 매입에 나섰다는 주장과 함께 특정세력이 가격 조정에 나섰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실적 호재에도 불구 기관과 외인이 84만주 이상을 순매도한 것이 이치에 안 맞다는 논리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용 부품 및 시스템 공급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로, 친환경차 시대가 개막하면서 관련주로 주목받아왔다. 최근엔 이 회사를 인수할 유력 후보로 한국타이어가 거론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이미 한온시스템 지분을 19.49% 보유한 2대주주다.
지난 9일 발표된 한온시스템의 작년 4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4245억원, 1379억원, 787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36.9%, 전년 동기 대비 18.8% 올랐다.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3.3% 올랐으나, 전년 동기 대비 16.2% 하락했다.
증권가는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10% 이상 상회했다며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또한 중국 신규 고객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는 등 신규 성장 동력도 갖추고 있어 고객 다각화로 향후 실적 상승이 긍정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실적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12일, 한온시스템 주가는 전일 대비 5.47% 하락한 1만2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개인은 83만8743주를 순매수한 데 비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4만6187주, 39만4512주를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 물량을 합하면 총 84만699주다. 최근 개인의 일별 순매수 물량이 많아봐야 30만주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적 발표 후 개인의 84만주 순매수는 이례적인 수치로 볼 수 있다.
13일 오전 주가도 여전히 1만2000원 초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를 두고 투자자 사이에선 인수 전 가격 내리기 작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한온시스템의 대주주가 사모펀드인 점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최대주주는 ‘한앤코오토홀딩스 유한회사(대표 한상원)’로, 작년 9월 기준 지분율은 50.50%다. 한앤코오토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29.19%를 보유한 ‘한앤컴퍼니 제2의 3호 사모투자전문회사’다. 한온시스템을 사모펀드가 지배하는 구조다.
이 대주주가 한온시스템을 인수한 이후, 회사 주가는 결과적으로 2배 가량 올랐다. 지난 2015년 6월 한앤코오토홀딩스가 한온시스템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6000원대이던 주가는 최근까지 1만2000원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수익을 낼만큼 냈으니 이제 매각을 준비할 타이밍이라는 분석이 업계서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한온시스템의 2대주주인 한국타이어는 최대주주 한앤코오토홀딩스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50.50%)의 우선매수청구권 및 동반매각참여권도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속 제기돼왔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한온시스템 사외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한온시스템은 오는 3월30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부회장)를 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건을 다룬다고 공시했다. 한온시스템 내 한국타이어 핵심 인물들의 경영 참여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주식회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국타이어의 최대주주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의 대주주 한앤컴퍼니는 지난 12일 제약사 CJ헬스케어 본입찰에 참여해 이날 최대가격인 1조4000억원 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