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방송·통신 솔루션 기업 가온미디어(대표 임화섭)가 AI셋톱박스 매출 비중을 현재 10%대에서 2년 내 40%대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혀 주목된다.
가온미디어는 향후 인공지능(AI)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펴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회사 측은 KT와 SK브로드밴드가 경쟁하듯 AI셋톱박스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사가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온미디어는 올해 초 AI 전담 사업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를 통해 가온미디어 측은 “올해는 AI셋톱박스 비중이 10%중후반대 정도밖에 안 되지만, 이미 AI셋톱박스를 공급하기로 한 곳이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충분히 20%중반에서 30%대까지 매출 비중이 오를 것”이라며 “2년 내에는 AI제품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회사 측은 올해 매출액이 사상 처음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메모리 디램 값이 상당히 폭등해서 수익성이 많이 악화된 영향은 있었지만, 기가지니 등 하이엔드 제품의 영향으로 올해 매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5000억원대를 확실하게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액은 4369억원이다.
가온미디어 주가 향배의 관전포인트는 AI셋톱박스 매출 상승이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제품을 구성하는 디램 등의 원가 상승부담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온미디어의 주가는 11월 들어 1만1000원대로 완만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가온미디어는 세계 90여 개국 150여 개의 방송통신사업자에 AI 셋톱박스, 브로드밴드(Broadband) CPE, IP-하이브리드, 스마트박스, 홈게이트웨이 등을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서 가온미디어 측은 KT가 내년 초 AI셋톱박스 브랜드 ‘기가지니’의 기능을 보강해 새롭게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AI셋톱박스 제품을 두고 벌어지는 기업 간 경쟁은 가온미디어에 큰 수혜로 작용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 AI셋톱박스 기술을 가진 회사는 우리가 유일하다”며 “전 세계에서도 유일한 것으로 안다. 국내든 해외든 AI 분야에서 우리가 가장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가온미디어가 AI셋톱박스의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 관계자는 “KT 기가지니의 음성 인식 프로그램을 누가 만들었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듣는다. KT가 만들었다고 하면 우리는 껍데기만 만드는 것으로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다”며 “음성인식도 중요한 기능 중 하나긴 하지만, 그게 생각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음성 인식을 하는 회사들이 네이버, KT, LG, 삼성 등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예를 들어 TV 리모컨의 수십 가지 메뉴가 있는데, 우리는 그 메뉴를 말로 고정시키는 것을 연결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며 “사실 그 기능이 (AI셋톱박스의) 대부분이다. (사람들은) 음성인식이 다 인 줄로 알지만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의 총 임직원 수는 현재 380여 명이며, 이 중 연구개발(R&D) 인력은 60% 정도다. 임화섭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이다.
회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코스닥 기업들이 삼성이나 LG의 투자에 따라 실적 부침이 크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라며 “매출 중 30%만 국내서 발생하고 대부분은 해외에서 매출이 나온다. 거의 모든 대륙에서 매출이 발생하기에 우리 회사는 지역적 경기 침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재 방송·통신 솔루션 시장의 화두는 UHD(초고화질)와 AI(인공지능)다. KT와 SK브로드밴드 등 기업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는 이미 2~3년 전부터 UHD 진입이 이뤄졌다. 해외 방송통신사업자들도 현재 UHD로의 전환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회사 측은 교체 수요가 크게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큰 사업자들도 이제 막 UHD 전환을 시작하고 있는데 전 세계 가장 많은 레퍼런스를 가진 우리가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통신 솔루션 분야에서 AI 도입은 UHD보다는 아직 초기 단계다. 국내에선 KT가 올해 초 AI스피커 겸 셋톱박스를 먼저 시장에 선보였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기업도 AI스피커를 내놓으며 시장에 진출했다. 가온미디어 관계자는 “AI 셋톱박스와 AI스피커는 다른 개념이다. AI스피커는 AI셋톱박스 기능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며 복잡도도 훨씬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의 주요 원재료는 메인 칩(Main Chip), 하드디스크(HDD), 플래시 메모리(Flash Memory), 메모리(SDRAM), 회로기판(PCB) 등이 있다. 회사 측은 “메모리값이 오른다고 해도 지금은 (KT에)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우리 밖에 없어 아직은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