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결산/인터넷] AI 기술 경쟁 가속화…‘조세정의 실현’ 세계적 화두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지난 2016년 ‘알파고 쇼크’에 빠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의 서막을 열었다면, 올해는 기업 간 기술 경쟁이 가속화된 시기로 볼 수 있다. 이름이 알려진 ICT 기업들 모두 AI 기술 개발과 인재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주요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다음)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세계 각국이 구글, 페이스북 등을 겨냥해 조세 회피에 제동을 거는 시기이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이 앞장서 구글에 거액의 추징금을 매겼다. 페이스북은 각국 지사의 매출과 비용을 현지 세무당국에 신고키로 해 관심이 쏠린다.
국내에선 기업 간 역차별이 도마에 올랐다.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 글로벌 기업 서비스들이 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론화 기구를 통해 앞으로 역차별 현안을 논의키로 합의했다.
◆‘AI 기술 개발·확보’ 최우선 과제=네이버와 카카오는 AI 시대를 맞아 관련 기술 개발과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문맥 속에서 이용자 의도를 파악하고 적합한 검색 결과를 내놓는 포털 서비스 자체가 AI 기술 기반으로 이뤄져 나름 유리한 고지에 있다지만,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에서 업계 내 위기감이 감돈다.
네이버는 지난 10월 데뷰(DEVIEW) 개발자 행사에서 그동안 준비 중인 신기술들을 대거 꺼내보이며 AI 시장 공략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예상을 넘어선 기술 공개였다. 로봇 9종이 처음 베일을 벗었다. AI 기업 인수도 적극적이다. 그 중 백미는 유수의 ICT 기업들과 인수전을 벌였던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 연구소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인재들을 한번에 확보했다.
카카오는 김범수 창업자 주도로 지난 2월 AI 전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하고 관련 인재 확보에 나섰다. 내부적으론 AI부문 통합을 진행했다. 올 초 기존 검색, 추천, 데이터 커넥션 담당 조직과 음성인식과 AI 관련 기술 기반 서비스 태스크포스(TF)를 신설, 통합을 거쳤다.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최대 10억달러(약 1조890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해 자금 확보도 추진한다. 기업 인수합병(M&A)에 9억달러, AI 기술 투자에 1억달러를 배정했다.
◆뿔난 각국들 ‘소득있는 곳에 세금 있다’…조세회피 철퇴=올해 세계 각국에서 조세회피 기업에 압박이 이어졌다. 이들 국가의 입장을 간단히 정리하면 ‘소득있는 곳에 세금 있다’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은 세계 각국에서 얻은 소득을 아일랜드 등 법인세율이 낮은 곳으로 이전하다 덜미를 잡혔다.
지난 5월 이탈리아에서 탈세 혐의를 받던 구글이 3억600만유로(약 3900억원)을 납부하기로 합의한 이후 그동안 밀렸던 세금 납부와 함께 향후 소득을 신고하겠다는 기업들의 입장 변화가 두드러졌다.
이달 들어서만 애플이 아일랜드에 130억유로(약 16조6000억원)를, 아마존이 이탈리아에 1억유로 세금 납부를 결정했고 페이스북은 자사 정책을 바꿔 각국 지사 매출와 비용을 집계해 세무당국에 신고하겠다고 공식화했다. 페이스북의 경우 각국에서 압박 수위가 높아져오자 자진해서 정책을 바꾼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올해 6월 유럽연합(EU)은 구글이 불공정거래를 했다며 24억2000만유로(약 3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유럽 각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구글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조세정의 실현과 연결된 사안으로 보는 것이다.
◆‘기업 간 역차별’에도 볕들까=올해는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에도 눈길이 쏠렸다. 앞서 언급한 조세회피와 함께 국내 기업을 겨냥한 규제법안과 맞물려 주목받은 사안이다.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이 대표 발의한 ‘ICT 뉴노멀법(전기통신사업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엔 인터넷 포털 사업자에게도 방송발전기금을 물리고 기간통신사업자 대상의 경쟁상황평가를 진행하는 등의 규제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역외적용 조항을 둬 구글, 페이스북 등도 규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나, 실제 집행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텀블러처럼 ‘미국 회사’라는 점을 내세워 국내법 준수를 거부한다면 별다른 방도가 없는데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른 통상 마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역외적용을 위한 국내 지사의 매출 규모 파악도 쉽지 않다.
지난 13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네이버, 카카오, 구글코리아, 우아한형제들 등 8개 인터넷사업자 대표와 간담회를 열고 기업 간 공정 경쟁을 위한 ‘역차별 해소’에 의지를 보였다. 이 위원장은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규제정책 전환 등을 통해 규제의 명확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여 지속가능한 방송통신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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