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도 놀랄 속도전…위메프, CEO 직속 체제로 전환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위메프(대표 박은상)가 지난 6월에 이어 또 한번 전사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14일 위메프는 전략사업부문과 상품사업부문을 포함한 전 사업부서를 CEO 직속체제로 편입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6월에 각각 셀(Cell) 형태의 사업별 독립조직 신설과 주요 사업본부를 부문으로 격상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한 바 있다. 지난 개편은 부문장의 책임과 권한을 키운 것인데, 어찌보면 이번 개편은 기존과는 반대 행보로 볼 수 있다. 1400명 임직원을 갖춘 기업이라기엔 조직개편의 폭이 상당한데다 6개월에 한번 꼴로 파격적인 변화를 주는 것도 눈길을 끈다.
주목할 부분은 기존 조직개편이 꽤 성공적이었다는 점이다. 지금은 위메프의 브랜드가 된 ‘데이 마케팅’과 ‘타임특가’가 독립조직 개편 이후 나왔다. 공휴일 당일배송이 가능한 ‘원더배송’, 직매입 배송 서비스 ‘신선생’도 개편 이후 자리 잡았다. 상품사업본부와 전략사업본부가 사업을 주도하면서 이 같은 변화가 나온 것인데, 이를 다시 CEO 직속 체제로 바꿨다.
◆더 빠르고 세게 간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조직개편은 ‘속도를 더 내겠다’는 박 대표의 의지가 작용한 것이다. 상승곡선을 탄 성장 흐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게 목표다. 작년부터 위메프 내부적으로 ‘300km 속도’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속도경영은 전략사업부문과 상품사업부문의 적절한 역할분담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올해 위메프는 양대 부문의 지휘 아래 공휴일에도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당일 집 앞까지 전달하는 원더배송(서울 오전 10시 이전 주문 기준), 양질의 식료품을 빠르고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신선생’ 등의 서비스를 안착시켰다.
또 ‘원더페이’, ‘텔레마트’ 등 신규 서비스도 계속 선보이고 있다. 이번엔 그간 성과를 바탕으로 내실을 기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CEO 리더십 체제 전환을 결정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기존 전략사업부문과 상품사업부문을 이끌며 위메프의 성장에 기여한 하송, 이진원 부사장은 각각 신성장 동력 발굴, 서비스 고도화 등의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다.
◆‘대표가 책임진다’ 배수진 친 위메프=이 같은 조직개편은 박 대표 입장에서 배수진을 친 것이나 다름없다. 개편 이후 성과 여부에 따라 대표에게 화살이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박 대표가 사업 실행 속도를 높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조직개편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시속 300km’ 속도론도 박 대표가 처음 꺼내든 것이다.
허민 위메프 창업자는 수년전 박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경영상 관여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렇다보니 박 대표는 고용경영인이지만 사실상 오너와 같은 위치에 있다. 이번처럼 과감한 결단이 가능했던 이유다. 허민 창업자가 박 대표에게 보여준 무한 신뢰를 경영 성과로 보여줄지 이목이 집중된다.
◆더 큰 성장 준비한다=위메프는 올해 업계 평균을 넘어서는 성적표를 받았다. 회사에 따르면 작년 2000억원선에 머물던 위메프의 월 거래액은 지난 3월 3000억원 돌파를 시작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위메프 1010데이’에는 일거래액 200억원을 돌파하며 소셜커머스 최대 거래액 기록을 세웠다.
업계 일각에선 위메프가 올해 손익분기점(BEP)에 근접하는 실적을 기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이베이를 제외하면 연간 수천억 적자를 내고 있는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매출을 키우는 동시에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는 곳은 위메프가 유일하게 거론되고 있다.
위메프 측은 “이번 조직개편은 내실을 다지고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며 “앞으로도 회사의 성장과 이커머스 시장의 환경변화에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을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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