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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탐방]월요병 없는 젊은 사무실, 위드이노베이션

이형두

근로자에게 가혹한 노동을 강요하는 기업이라는 뜻의 ‘블랙기업’ 퇴치가 화두다.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은 ‘청년의 노동 경험에 근거한 한국형 블랙기업 지표개발 연구’를 통해 ▲고용 불안정 ▲장시간 노동 ▲직장 내 괴롭힘 ▲폐쇄적 소통 구조 등을 블랙기업을 판단하는 지표로 제시한 바 있다.

즐거운 기업문화는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고 회사의 업무 효율을 끌어올린다. 많은 기업이 기업문화 부서를 별도로 구성해 애사심과 주요기업전략을 세우는 데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좋은 기업문화를 실천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을 찾아 지향해야 할 기업문화의 방향에 대해 짚어볼 계획이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위드이노베이션(대표 심명섭)이 제공하는 숙박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여기어때는 출범 3년 만에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모바일 시장 분석 서비스 앱에이프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여기어때 애플리케이션(앱)의 안드로이드 설치자 수는 360만명을 넘어 최대치를 갱신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여기어때를 통한 예약 거래액은 1400억원 규모,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14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직원은 지난해 80명에서 올해 220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오는 연말까지 300명을 채우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가산에 있던 사무실도 올해 4월 강남구 봉은사로 삼성중앙역 인근으로 옮겼습니다. 무섭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위드이노베이션 본사에 방문해 회사의 저력을 느껴보며 이 회사에 없는 것 3가지, 이 회사가 가진 것 3가지를 짚어봤습니다.

◆‘월요병’ ’직급 호칭’ ‘휴가 사유’가 없다= 위드이노베이션은 월요일 오전 근무가 없습니다. 출근은 오후 1시까지 하면 됩니다. 월요병을 없애기 위해 도입한 복지입니다. 직장인이라면 가장 부러워할 만한 파격적인 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제도는 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도입이 결정됐습니다. 직원들에게 ‘금요일 오후 1시에 퇴근하는 것’과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하는 것’ 중 어느 것을 더 선호하냐고 물어보는 절차를 거쳤습니다. 경영진은 내심 월요일 오후 출근을 택하길 기대했다고 하네요. 대체로 월요일 오전이 금요일 오후보다 업무 효율을 뽑아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직원들의 입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른 요일의 출근 시간은 아침 9시, 퇴근 시간은 저녁 6시입니다. 점심시간 1시간 30분 확보를 통해 지난 4월부터 주 근무시간을 35시간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근무시간은 줄었지만 급여는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아울러 대부분의 부서는 ‘칼퇴근’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는 개발 부서의 경우 야근이 있는 경우도 있으나 야근 시 대체휴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보상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이 회사에는 사원, 대리, 부장 등 직급을 칭하는 호칭도 없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직급을 책임, 매니저 등으로 축소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위드이노베이션은 올해 4월부터 직급 호칭을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대신 ‘Woodi' 'Diana' 'Luke' 등 영어로 된 이름으로 서로의 호칭으로 부릅니다. 사무실 파티션 상단엔 각각이 지은 영어 이름들이 빼곡하게 표시돼 있습니다.

심명섭 대표는 영어 이름을 ‘Red’로 지었습니다. 여기어때의 기업 이미지가 붉은색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King을 단어를 이름으로 택했던 한 임직원은 선택을 반려당하기도 했습니다. ‘탈권위를 위한 제도인데 King은 너무 권위적인 단어다!’라는 애교 섞인 항의에 해당 이름의 주인공은 'Rich'로 이름을 바꿨다고 합니다.

위드이노베이션은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사용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작은 배려를 추가했습니다. 휴가 신청서에서 휴가 사유 항목을 아예 없애 버렸습니다. 일정 기간 미리 휴가 신청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사유는 묻지 않습니다.

법으로 정해진 연차지만 필요할 때 마음껏 쓸 수 있는 회사원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상사, 팀원들 눈치에 없는 집안 행사를 만들어내는 일이 보통 비일비재합니다. 주로 돌아가신 조상님이 자주 소환되지만 이 회사에선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연간 50만 포인트의 숙박 포인트 지원 복지도 눈에 띕니다. 덕분에 직원들은 휴가 시 최고급 숙박시설에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좋은 숙박 시설을 많이 겪어봐야 좋은 숙박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철학에서 출발했다고 하네요.

◆‘맛있는 구내식당’ ‘젊음’ ‘올핸즈 미팅’이 있다= 위드이노베이션은 8월 초 케이블 맛집 탐방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에 식당을 출연시켰습니다. 회사 구내식당이 맛집으로 출연했다는 사례는 처음 들어보긴 했습니다. 이날 방송을 탄 구내 식당 메뉴로는 탄두리 치킨에 나시고랭, 쌀국수와 튀김모듬이 나왔습니다.

건물 5층에 위치한 사내식당에선 삼시세끼 식사가 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됩니다. 맛은 전반적으로 정갈하고 훌륭한 편이었다고 느꼈습니다. 특식 메뉴가 나오는 날엔 셰프가 직접 요리한 음식도 맛볼 수 있습니다. 뷔페식으로 운영돼 양껏 먹을 수 있다는 점, 점심시간이 1시간 30분으로 넉넉하다는 점도 부러운 부분입니다.

회사 측은 사내 카페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고 귀띔했습니다. 카페 메뉴가 저렴한 것은 물론이고,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P사와 같은 원두를 써 맛이 고급지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카페 옆에는 대강당과 탁구대, 휴게실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식사 후 운동을 즐기거나 휴게실에서 기타를 연습하는 직원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한쪽엔 안마의자가 마련된 수면실도 있어 식사 후 잠깐 눈을 붙이며 휴식을 취하기가 용이합니다.

이 회사의 상징이자 철학은 ‘젊음’입니다. 회사가 업계 3년 차로 매우 젊은 축에 속하기 때문일까요. 식당 이름은 ‘맛젊식당’, 카페는 ‘젊다방’, 신입사원 교육 팀은 ‘젊프팀’, 신입사원은 ‘젊은이’입니다. 심명섭 대표의 ‘젊음’에 대한 애착이 매 장소마다 드러납니다.

생물학적인 나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모두 젊은 사고방식, 도전과 열정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이런 철학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서비스의 이용자가 20‧30대가 많은 만큼, 소비자를 이해하려면 항상 젊은 사고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별개로 회사 직원들의 전반적인 연령대가 젊은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심명섭 대표는 40대 초반, 이사급 임원 중에도 30대 후반의 비중이 제법 높아 보였습니다.

매주 대표와의 대화 시간 ‘올핸즈 미팅’이라는 제도도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오전에는 대표에게 직접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됩니다. 간단히 답할 수 있는 궁금증은 인사팀에서 대신 답변해주기도 하지만, 회사의 미래, 비전 등 무거운 질문이 나올 때는 대표가 직접 직원들에게 설명을 합니다.


회사가 소규모이던 시절엔 자연스럽게 많은 대화가 가능했지만 수 백명의 식구로 덩치가 늘어나니 소통이 쉽지 않다고 여겨 대화 시간을 따로 확보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의무적으로 참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질문이 있거나 어떤 질문이 나올지 궁금한 사람들만 참여하면 되니까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회사의 소식을 심명섭 대표가 직접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전달하겠다는 의도도 있습니다. 보통 내 회사의 얘기지만 언론을 통해서 뒤늦게 접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대표가 직접 대소사를 설명해준다면 회사에 대한 오해도 적어지고 신뢰도 높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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