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미래 디스플레이를 보다…‘비욘드 OLED’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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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우리나라는 자타공인 디스플레이 ‘강국’이다. 여기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액정표시장치(LCD)는 물론이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도를 살짝 비틀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LCD는 올해를 기점으로 중국 업체에게 생산량에서 역전을 당할 처지다. 기술력 차이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차이가 없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OLED나 퀀텀닷(QD·양자점)은 어떨까. 리지드(Rigid·평면)나 휘어진 플렉시블에서 압도적인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늘어나고 잡아당길 수 있는 스트레처블 OLED까지 선보였으니 연구개발(R&D)까지 앞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QD를 이용한 TV와 모니터 등 IT 제품도 잘 팔고 있으니 우리가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분명히 지난해까지 그랬다.
올해부터는 OLED나 QD에서 우리나라가 경쟁국보다 모든 분야에 걸쳐 앞서 있다고 자신하기 어려울 것 같다.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 규모의 디스플레이 학회 ‘SID(The Society for Information Display) 2017’에서 중국 BOE는 자발광(EL) 퀀텀닷 발광다이오드(QD-LED·QLED) 기술을 선보였다.
더욱이 플렉시블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6세대(1500㎜×1850㎜) 양산에 들어갔고 화이트 OLED가 아닌 레드(R), 그린(G), 블루(B)를 사용한 RGB OLED를 잉크젯 프린팅(솔루블 프로세스)까지 손길을 뻗친 상태다. 올해만큼은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디스플레이 R&D에 확실히 더 앞섰다고 말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디스플레이 선행연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격차를 벌린다는 차원을 넘어서 원천기술 확보와 같은 본질적인 부분에서의 접근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이정익 ETRI 실감소자연구본부장<아래 사진>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R&D 관점에서 중국을 압도한다고 말할 수 없게 됐다”며 “큰 종합계획을 가지고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경쟁국 추격, 초격차 R&D로 극복=ETRI 실감소자연구본부는 올해 4월 큰일을 하나 해냈다. OLED의 투명전극을 기존 인듐주석산화물(ITO) 대신 그래핀으로 만드는데 성공한 것. 화면크기도 19인치로 세계최대였다. 그래핀은 꿈의 재료라고 불리지만 다루기가 극히 까다롭다. OLED에 적용할 경우 이제까지와 차원이 다른 형태의 스마트 기기 설계가 가능하다.
가령 플렉시블, 롤러블, 스트레처블처럼 접어서 돌돌말아 쓰거나 고무줄처럼 늘렸다가 줄일 수 있는 OLED라도 외부 충격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ITO 자체가 유리처럼 깨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생각하는 종이처럼 사용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그래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본부장은 “(디스플레이를) 살살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마음껏 말아서 쓸 수 있는 단계”라며 “이른바 거친 환경에서 사용하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TRI 실감연구본부의 또 다른 연구 성과는 홀로그램이다. LCD, OLED는 어차피 평판디스플레이(FPD)의 일종이다. 공상과학(SF) 영화에 등장하는 입체적인 화면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안경을 써야 하는 3D 기술은 이미 시장성을 잃었다.
지난 2월 개발된 홀로그램 기술은 ‘상전이(相轉移)’ 물질인 ‘게르마늄 안티몬 텔룰라이드(Ge2Sb2Te5, GST 게르마늄(Ge), 안티모니(Sb), 텔루늄(Te)이 결합된 화합물)’을 활용한다. 복층 박막 기술을 사용해 컬러필터(CF) 없이 전극층의 두께에 따라 다양한 색상의 홀로그램 이미지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P램과 같은 반도체에서 사용하던 상전이 물질을 디스플레이에 응용했다는 점, 자발광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가상현실(VR) 기기에 응용해 인치당픽셀수(pixels per inch, ppi)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독창적이라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대비하는 ETRI=이처럼 ETRI가 미래 디스플레이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는 ‘정보’ 그 자체를 다루는 본질에 더 충실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5세대(5G) 이동통신은 단순히 데이터 전송속도뿐 아니라 응답속도에 있어서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지연시간이 없으니 대용량의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는 VR나 홀로그램에 적합하다.
이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핵심적인 기술로 부각될 것”이라며 “울트라HD(UHD)를 넘어서 초초초고해상도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를 한층 더 벌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실험실 차원을 넘어서 시제품 이상을 만들려면 장비와 공정기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이 필수적”이라며 “원천기술 확보와 함께 각 요소를 하나로 묶어내는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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