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지난 12일 밝힌 '2017년 금융개혁 추진과제'에서 언급한 '금융지주회사 경쟁력 강화방안'은 금융 지주회사의 외형과 권한을 강화시키는데 포커스가 맞춰졌다.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형 금융사로의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게 금융 당국의 의지다.
하지만 금융지주 계열사간 고객정보의 자유로운 공유, 그리고 비용 시너지를 내기위해 IT부문에서 'IT 전담 자회사'를 통해 통합운영하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은 금융IT 분야에서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많은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곰곰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그 방식이 과연 금융 IT측면에서 효율적인 것인가, 또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물론 금융지주사가 추구하고 있는 IT공유(SSC, Shared Service Center) 방식이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이전에도 숱하게 논쟁을 벌였던 사안이다. 하지만 몇년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고, 그래서 지금의 시각으로 의미를 다시 담아야한다. 2회로 나눠 이를 짚어본다. [편집자]
■ 금융지주사 중심의 '통합 IT 전략'과 예상되는 변화①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최근 BNK금융그룹은 신년 시무식을 진행하면서 2017년 주요 전략과제로 ‘투 뱅크 – 원 프로세스’ 구현을 천명했다.
즉, BNK금융그룹 소속 은행 계열사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IT를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 마치 한 은행처럼 프로세스를 표준함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전체적으로 BNK금융그룹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겠다는 것이 '투 뱅크 - 원 프로세스' 전략의 핵심.
이를 위해 BNK금융그룹측은 일본으로 건너가 벤치 마킹까지 했다. 일본 현지에서 동일 금융그룹내에 2개이상의 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리소나 금융그룹, 후쿠오카 금융그룹, 야마구치 금융그룹을 둘러봤다.
이들 일본 은행들은 업무 전반을 표준화하고, 단일화된 IT시스템을 운영해 원뱅크 수준의 비용 효율 달성했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물론 이것이 가능한 것은, 일본은 금융 계열사간 자유롭게 고객정보의 활용이 가능하기때문이다. 고객정보 공유를 싫어하는 고객에게는 정보제공 거부권(Opt -Out)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BNK금융그룹 입장에선 일본의 ‘투뱅크 – 원프로세스’ 사례가 매우 흥미로웠을지언정 직접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 계열사간 고객 정보의 공유 뿐만 아니라 IT 자원 공유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권에선 BNK금융측이 내건 ‘투 뱅크-원 프로세스’ 전략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IT부문에선,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IT 업무표준화를 통해 업무(애플리케이션) 개발시 비용절감 효과를 어느정도 거둘 수 있을지는 몰라도 물리적으로 IT자원이 철저하게 구분돼 운영되는 만큼 큰 폭의 비용절감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올해 각각 650억~750억원 대의 IT투자 예산을 책정했다. 두 은행의 IT예산을 모두 합치면 약 1400억~1500억원대가 되는데, 시중 은행과 비교해 이는 결코 넉넉한 예산은 아니다. 어떤식으로든 IT비용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의미의 '투 뱅크 - 원 프로세스' 체계의 확립이 요구되는 상황인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고민속에 있는 BNK금융그룹 입장에선, 금융위원회가 지난 12일 금융지주 계열사간 '고객정보 공유' 방침을 확정하면서, 일단 숨통이 트이게 됐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기존 IT 조직을 따로 운영하더라도 두 은행의 IT자원, 즉 서버및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IT자원을 효율적으로 통합 운영하게 된다면 앞서 벤치 마킹한 일본 금융그룹들의 투 뱅크- 원 프로세스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위가 지주사의 IT, 홍보, 구매를 비롯한 후선 업무의 '전담 자회사'를 통한 통합운영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겠다는 방침은 당장 지주사및 계열사의 IT관련 조직뿐만 아니라 '통합 IT센터' 등 지주사 IT 자원의 운영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IT전담 자회사’로 그룹 계열사의 IT조직과 자원을 통합시키는 IT공유(SSC, Shared Service Center) 전략을 실행에 옮기지 않더라도 그룹내 계열사들의 IT전략과 관련해 예상해 볼 수 있는 상황은 적지 않다.
◆주요 금융그룹, ‘통합 IT센터’ 전략, 수정되나 =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주요 금융그룹들의 '그룹 통합IT센터' 운영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침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은 올해부터 1~2년간 메머드급 규모의 ‘통합 IT센터’를 구축하고 이곳으로 IT자원을 집중하기위한 이전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당장 올해말까지 NH농협금융이 서울 양재동에서 경기도 의왕에 마련한 통합 IT센터로 단계적으로 이전하고, 하나금융도 인천 청라지구에 설립한 통합 IT센터로 계열사의 전산조직을 모두 이전시킬 방침이다. 앞서 설명한 BNK금융그룹도 부산 강서 미음지구에 구축한 통합 IT센터로 올 연말까지 모든 계열사의 IT조직과 센터를 이전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 계획에 수정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들 금융 지주사들은 지난해 ‘통합 IT센터’로의 이전계획을 세울때, 각 계열사별 IT자원이 배치되는 장소를 엄격하게 구분했다. 예를들면 동일한 IT센터내에서도 은행, 증권, 카드 등 각 계열사별로 별도의 구역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당초 ‘통합 IT센터’는 센터 건물에 모든 계열사의 IT자원이 모이기는 하지만 자원을 물리적으로 공유하는 '통합'의 개념이 아니라 단순히 한곳에 물리적으로만 모여있는 '집중'의 의미를 가진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금융지주사 입장에선 그룹 전체적으로 IT비용이 절감된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번 금융지주사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라 향후 SSC 방식으로 그룹의 IT자원을 통폐합하기로 결정하면, 기존의 통합 IT센터의 자원배치 전략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IT자원의 통합 운영 전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SSC체제로 그룹의 IT운영 전략이 전환됐다하더라도 하나의 대용량 서버에서 은행, 증권, 카드사의 거래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보다는 그룹 차원의 표준화된 IT 프로세스 구현이 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부분까지 고려한다면, 향후 통합 IT센터로의 이전을 앞두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은 계열사의 IT조직은 당장 손대지 않더라도 IT 자원의 최적화된 배치전략을 수정하거나 다시 고민할 가능성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그룹내 주요 계열사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는 영향 없을까 = 한편 ‘통합 IT센터’ 부문외에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향후 1, 2년내에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일정에도 상황에 따라 영향이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금액과 함께 인력이 2년 이상 장시간 대거 투입되는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착수하게되면 통합 IT전담 자회사로의 전직 등 그룹내 IT직원들의 인사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4대 금융그룹중 은행 계열사의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추진일정이 어느정도 구체화된 곳은 KB국민은행 정도이고,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농협은행은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일정이 아직 미정인 상태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착수시기만 확정하지 않았을뿐 이들 은행들은 1, 2년내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착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면 금융지주사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라, 하나은행의 '1Q뱅크', 농협은행의 '올원뱅크', 부산은행의 '썸뱅크', 국민은행의 '리브', 신한은행의 '써니뱅크' 등 모바일뱅크, 디지털뱅킹 분야의 확장성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고객정보 공유가 허용됨에 따라 비대면채널에 기반한 '디지털금융' 전략에선 금융지주회사가 이전보다는 훨씬 용이하게 플랫폼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금은 고객이 모바일뱅크 플랫폼에 접속해서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각 부문별 서비스를 선택하지만 앞으로는 금융지주사 차원에서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이다.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이봉의 부장은 “디지털뱅킹 경쟁에선 ‘하나의 통합 플랫폼’에서 누가 보다 다양하고 실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이 모바일뱅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이긴하지만 실제로 올원뱅크에 올려지는 서비스는 이미 농협금융 그룹 계열사 전체를 망라하고 있다.
이와함께 외부 IT업체와의 용역 계약에 의해 제공되는 IT아웃소싱 전략에도 다소 변화가 예상된다. SSC 역할을 하는 ‘IT 전담 자회사’가 그룹 계열사 IT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구조로 변화하게되면 기존 제3의 아웃소싱 업체의 역할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금융위측은 지주사 소속의 IT 전담 자회사가 외부 활동보다는 그룹내 내부 IT현안에 전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외부 업체에 의한 그룹 계열사의 IT아웃소싱 비중은 가급적 제한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IT 전담 자회사’의 자체 인력만으로는 금융그룹내 IT유지보수 등 전체 운영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외부 관행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IT아웃소싱 계약의 주체 및 당사자는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계열사와 IT전담 자회사간의 계약, 그리고 다시 IT전담 자회사와 제3의 외부업체와의 계약 구조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으론 지주사 산하의 계열사들이 자체 IT인력에서 앞으로 IT전담 자회사에 의한 IT아웃소싱 방식으로 전환될 경우, 서비스 품질에 대한 내부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몇년전 금융권에서 SSC 도입 논의가 활발할때, 계열사와 IT 전담 자회사간에 SLA(서비스수준협약)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명확하게 갑과 을이 구분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이 제기됐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 혁신이 쉽지 않다.
다만 이 부분에선 갑론을박이 있는데, 우리은행의 경우 과거 우리FIS와 제3의 업체를 입찰 경쟁시키고, 엄격한 평가체계를 적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