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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안주 사이’ IT 소작농들, 구글서 벗어날 채비…왜?

이대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바야흐로 플랫폼 패권시대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경쟁을 보면 ‘플랫폼’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뉜다.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 기업들은 중세 봉건 시대의 소작농 신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플랫폼 내에서 수익사업을 추구하는 대신 수수료를 내야 한다.

현재 전 세계 시장을 관통하는 거대 플랫폼을 가진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구글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구글플레이 앱 마켓,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등 구글은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모바일 시대의 모든 길은 구글로 통한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혁신 IT기업들을 중심으로 구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탈 구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우선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으로 국내 이슈가 되고 있는 지도 서비스 시장에서 탈 구글 움직임이 뚜렷하다. 우버와 테슬라, 자동차 기업들이 앞 다퉈 독자적인 지도 서비스를 개발하며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구글이 주도해 왔던 안드로이드 기반의 운영체제(OS) 플랫폼 역시 구글을 벗어나 자체 OS 개발에 나서는 등 생존을 위한 기업들의 독자적인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지도 서비스’ 독자 구축 움직임 잇따라=최근 우버가 정확한 지도의 필요성을 이유로 5억달러를 투자해 자체 지도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글의 신사업 중 하나로 자율주행차가 꼽히는 가운데 우버가 같은 영역을 두고 경쟁하려면 구글과 차별화된 서비스 품질을 위해서도 자체 플랫폼 구축이 절실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구글맵스의 사용료가 인상된 부분 등도 함께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도 지난해 10월, 전기자동차 모델S와 모델X 주행에 필요한 세계 각국 클라우드 지도 맵을 구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테슬라의 행보는 보다 세밀한 지도 정보 수집을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자율주행 등 새로운 사업 속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꼭 필요한 과정으로 우버도 테슬라도 같은 선택을 한 셈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지도 데이터 구축에 나섰다. 도요타와 닛산 자동차는 시판 차에 탑재한 카메라와 위치기반서비스(GPS)를 이용해 고정밀 지도를 자동으로 만드는 시스템을 각각 개발했으며 최근 일본에서 도요타·닛산·혼다 등 자동차 업체 6곳은 덴소·파나소닉 같은 부품 회사 6곳과 힘을 합쳐 고정밀 3D 지도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그밖에 독일 아우디와 BMW, 다임러는 작년 말 공동으로 대표적 지도 정보 서비스 업체인 독일 히어를 28억유로(약 3조5500억원)에 인수했으며 포드도 자율주행차량에 쓰일 3D맵을 구축하고자 660만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 OS도 독립 생태계 움직임=OS 플랫폼에도 안드로이드 시장을 주도해왔던 구글에 맞서 자체적으로 독립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 및 인터넷 기업들은 구글이 제공하는 동영상, 앱스토어, 지도 등의 서비스를 그대로 고객들에게 서비스해야만 하는 구조가 고착화됐고 이는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마존, MS, 알리바바 등 거대 IT기업들은 안드로이드를 대신하는 운영체제를 앞 다퉈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안드로이드오픈소스프로젝트(Android Open Source Project, AOSP)를 활용해 구글의 핵심 서비스인 구글플레이나 구글맵 등을 사용하지 않고 자사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탑재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AOSP는 구글 안드로이드와 별개로 개발자들을 위해 무료로 배포되는 OS로 상업적 사용이 가능해 글로벌 IT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자사에 맞도록 최적화(커스터마이징)해서 기기에 탑재, 판매하고 있다.

탈 구글 진영에서 앞장서있는 아마존은 자체 운영체제인 ‘파이어 OS’ 를 탑재한 킨들 파이어와 파이어폰을 선보였고 MS에 인수 합병된 노키아도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을 겨냥한 ‘노키아X’ 시리즈에 별도로 개발되는 AOSP를 탑재하고 노키아 전용 앱 스토어와 히어(here) 지도서비스 등 자체 서비스를 강화했다.

작년에는 AOSP를 활용한 플랫폼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사이아노젠이 MS와 협력해 사이아노젠 OS에서 빙 검색, 스카이프, 원드라이브, 아웃룩 등 구글 서비스의 대항마로 MS의 주요 서비스들을 제공키로 했다.

중국에선 이미 AOSP가 보편화됐다. 화웨이가 자체 OS ‘이모션 UI’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탈 구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샤오미는 ‘MIUI’라는 자체 사용자환경(UI)을 탑재하고 사용자들에게 샤오미 스토어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텐센트도 자체 OS ‘TOS+’를 선보인 바 있다. 알리바바는 자사의 전자상거래 서비스 타오바오(Taobao)를 스마트폰에서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2011년에 선보인 윤 OS에 대한 투자 및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윤 OS를 앞세워 커넥티드 카 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주도권 강화하지만‘…탈 구글’ 움직임 어쩌나=구글이 올해 안으로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AOSP로 인한 ‘안드로이드 파편화’, 탈 구글의 흐름에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안드로이드 생태계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얼마 전엔 구글이 일본에서 전자기기 제조사 샤프와 손잡고 ‘안드로이드원’ OS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제조사와 협력하는 ‘넥서스’ 와는 달리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모두 구글의 표준을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구글 스마트폰에 가깝다. 구글이 조만간 넥서스 스마트시계를 출시한다는 전망도 있다.

최근에는 구글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페이스북에 밀리고 있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구글이 야후의 운명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Google isn’t safe from Yahoo’s fate)’고 지적한 테크크런치의 보도 외에도 구글이 주력 사업으로 선언했던 하드웨어 관련 사업들을 철수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구글의 미래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구글은 여전히 잘나가는 회사다. 구글의 지주사 알파벳은 지난 2분기, 매출 215억달러(약 24조원)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21%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9.7억달러(약 6조7000억원)로 23%가 늘었다. 모바일과 동영상 광고 사업이 호조세를 보인 결과다.

그러나 주력인 광고 사업에선 페이스북 등의 경쟁자가 많아지고 있다. 구글은 향후 10년을 위한 미래 먹거리로 머신러닝,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을 보고 있는데, 이 부문에선 예전 같은 플랫폼 지배력을 갖추지 못했다. 글로벌 IT기업들의 탈 구글 행보가 가속화된다면 구글 입장에선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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