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칼자이스 지분 인수…7나노 EUV 정조준
네덜란드 노광 장비 업체인 ASML이 독일 자이스 산하 반도체 사업부문인 칼자이스SMT의 지분 24.9%를 10억유로(약 1조2700억원)에 인수했다고 3일(현지시각) 밝혔다. 자이스는 카메라나 망원경, 현미경, 안경 등에 쓰이는 렌즈로 잘 알려져 있지만 노광 장비에 쓰이는 부품도 만든다.
노광 장비는 포토 리소그래피(Photo Lithography)라 부르는 노광(露光) 공정에 쓰인다. 웨이퍼에 빛을 이용해 회로 패턴을 그리는 과정이며 미세공정, 그러니까 선폭이 줄어들면서 빛의 파장이 13.5나노미터(nm)에 불과한 극자외선(Extreme Ultra Violet, EUV)까지 활용해야 한다.
기존 이머전(Immersion, 액침) 불화아르곤(ArF, 193nm)과 달리 진공에서 노광이 이뤄지는데다가 빛을 여러 번 마스크에 반사시켜야 하는 등 기술적 난이도가 상당하다. 이번 ASML과 자이스의 협력도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ASML은 지분 인수뿐 아니라 향후 6년 동안 7억6000만유로(약 96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기로 한 상태다.
ASML과 자이스는 지분 인수와 협력투자 이외에 구체적인 R&D 방향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그저 EUV를 위한 새로운 광학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이뤄졌다고만 알렸다. 힌트는 자이스 최고경영자(CEO)가 언급한 “노광 장비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디자인을 위한 길”에서 찾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EUV 장비는 여러 개의 마스크를 이용해 빛을 반사시킨다. 투과형 마스크가 아닌 반사형 마스크에 진공에서 노광이 이뤄지다보니 박막(pellicle)이 필수적이다.
칼자이스SMT는 그동안 EUV라는 빛 자체가 모든 물질에 흡수되는 성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몰리브덴(Mo)과 실리콘(Si) 등을 여러 겹으로 쌓은 다층박막거울을 공급한 바 있다. 문제는 다양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양산품질을 유지하기가 극히 어려웠다는 점이다. 초기 EUV 장비에 웨이퍼를 넣고 작업을 진행해보니 예상보다 웨이퍼에 상당한 불량이 발생하기도 했다.
EUV 장비를 도입한 업체 관계자는 “EUV 장비에 내장되는 반사형 마스크의 성능 개선이 양산에 들어갔을 때 넘어야할 최대 과제 가운데 하나”라며 “지금은 웨이퍼 한 장에 불량률이 10개 내외로 나타나고 있지만 원하는 만큼 재료를 공급할 수 있어야 양산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ASML과 자이스의 장기적 관점에서의 협력이 결국 7나노를 넘어 5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 멀티패터닝 없이 EUV 장비를 사용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7나노까지는 반사형 마스크의 재료 교체, 공급량 확대 등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이후에는 이제까지 도입하지 않은 새로운 방법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EUV 장비를 도입할 때 염두에 두는 것은 결국 투자 대비 효율을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확보할 수 있느냐”라며 “ASML 이외에 EUV 장비에서는 대안이 없기 때문에 마스크에서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는 블랭크 결함을 해결해야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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