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가상화폐, 통화지위 판단부터 해결해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2년 전이다. 시중은행이 육성중인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업체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협조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핀테크 스타트업은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를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는 블록체인 업체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핀테크 시장 육성을 위한 금융당국과 정부차원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많은 규제들이 풀린 상황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그리고 블록체인을 근간으로 하는 가상화폐 업체들에게 2년 전이나 지금이나 금융당국과의 협력은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 비트코인에 대한 사업 문의를 하면 답변을 받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전했다. 기자는 비슷한 얘기를 2년 전에도 들었다. 핀테크로 인해 금융당국의 장벽(?)이 많이 완화된 것으로 알던 기자에게 이 같은 얘기는 다소 충격이었다.
쉽게 말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응이 무대응으로 2년간 흘러왔다는 뜻이다. 사실상 금융당국의 가상화폐에 대한 대응은 불법 금융사기 등에 대한 유사수신 행위 단속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에 대해 우리나라는 어떠한 규제나 통제를 위한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른바 무법 상황이다. 국내 핀테크 시장에서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무법이 바로 불법’인 상황을 고려하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금융당국의 인식은 불법에 가깝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가상화폐라는 ‘통화’에 대한 정부차원의 교통정리가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가상화폐의 법적인 지위에 대해 정부가 판단 자체를 하고 있지 않아 불법적인 시도가 계속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중국 등 해외에서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지위 판단을 비교적 일찍 내리고 시장을 육성하고 있다. 최근 핀테크 시장을 이끌고 있는 두 나라가 가상화폐에 대해서도 시장 조성을 위한 법적인 교통정리를 이미 끝낸 셈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외에도 일본은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가상화폐에 대한 화폐로써 정식 지위 부여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연방국세청(IRS)은 사이버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재산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부과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물론 최근 한국은행에선 가상화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나서는 등 우리나라도 가상화폐의 통화 지위 등을 놓고 연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 국내에서 가상화폐 관련 신시장 개척을 위해선 보다 빠른 결정이 필요할 때다. 올바른 규제와 제도가 바로 서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기승을 부리는 가상화폐 사기에 대해서도 보다 심도 깊은 대응책이 마련될 것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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