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1주년/IT산업 미래전략⑤] 글로벌 IT 기업 어디에 투자하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글로벌 IT 기업의 트렌드는 ‘에너지’, ‘커넥티비티’, ‘플랫폼’으로 압축할 수 있다.
사실 투자라는 것이 해당 기업의 전략적 결정을 노출시키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까지 그대로 공개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만 어느 정도의 투자 계획은 윤곽을 드러낼 수밖에 없으므로 대략적인 방향성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먼저 유럽부터 살피면 지난 2008년 유럽발 경제위기와 맞먹는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그렉시트’와 같은 그리스 경제위기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까지 겹친 상황이다.
그나마 브렉시트는 영국과 EU가 서로 큰 이득을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명분이 약화되어 있다. 물론 가장 효율적인 정치적인 카드라는 점에서 언제든 돌출될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이루어지게 된 원인은 독일 주도의 금융 생태계가 컸다. EU 먹이사슬의 정점에 자리 잡고 있어서다. 독일 IT 기업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지멘스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멘스는 IT부터 헬스케어,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손대지 않은 분야기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최근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스마트시티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이른바 ‘메가시티’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전기, 교통, 통신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게 됐다. 지멘스가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것은 교통이다.
특히 자율주행차와 같은 첨단 IT가 접목되고 있어서 인프라 구축은 필수가 됐다. 지멘스는 오는 2030년까지 인구가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아시아 인프라 투자 규모를 약 7조달러(약 8340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시가 세계 에너지 소비 가운데 2/3 정도를 차지하고, 이 가운데 교통의 비중이 25%에 달하므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VR·AI·IoT 버무리는 구글 = 미국의 대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구글도 에너지, 커넥티비티, 플랫폼에 가장 많은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주수익원인 광고에서 더 효율적이고 광범위한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 추진하고 있는 전략이다.
특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중심으로 한 ‘끌어안으며 확장하기’는 가장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가상현실(VR)이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도 결국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예컨대 ‘구글 어시스턴트’는 딥러닝을 통해 자연스러운 통역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사용자의 세계를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용자와 구글 사이의 양자간 대화를 기반으로 한다. 원할 때 영화표를 사고, 영화가 시작하기 전 가족과 함께 식사할 식당을 찾고, 영화관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사용자를 위한, 사용자에 의한 구글이라고 할 수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여러 기기와 서로 다른 맥락에서도 끊임없는 ‘앰비언트 사용자 경험(ambient experience)’을 제공한다. 어디에 있든,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구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구글은 지난 몇 년간 사용자의 질문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많은 투자를 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구글 어시스턴트를 개발했다고 봐야 한다.
또한 ‘구글 홈’은 구글 홈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집 안 어느 곳에서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음성 명령 기반의 제품이다. 일상 대화에서 사용하는 말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일과 업무를 관리하며 구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간단한 음성 명령으로 음악을 재생하거나 오븐 시간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타이머를 설정, 비행기 일정을 확인하거나 조명을 켤 수 있다.
함께 소개된 ‘알로(Allo)’와 ‘듀오(Duo)’의 경우 구글 어시스턴트 기능이 포함된 새로운 메시징 앱이다. 일대일 대화창, 혹은 친구와 함께 하는 대화창에서 구글 어시스턴트 기능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반도체 굴기 앞세운 중국=중국은 유럽, 미국과 달리 제조업 기반의 과감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칭화유니그룹을 필두로 한 ‘반도체 굴기’이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바탕으로 두고 있는 반도체 굴기는 마이크론, 샌디스크, 아트멜, 페어차일드, 옴니비전 등과 같은 미국 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제재로 인해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으나 세계경제가 언제든 요동칠 수 있고 미국 중앙은행(Fed)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 손쉽게 M&A를 시도할 수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그만큼 돈을 무리 없이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접촉이 아니더라도 웨스턴디지털의 샌디스크 인수와 같이 우회적인 방법을 이용할 수도 있다.
중국이 반도체에 관심이 크게 가지는 이유는, 반도체가 산업 전반에 걸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크다. 원유 수입량과 맞먹고 있다.
수입 대체 효과를 보고 국내총생산(GDP)을 뒷받침하겠다는 전략으로 봐야 한다. 이에 투입되는 중국의 투자 금액은 수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조사업체 넷트러스트에 따르면 향후 중국의 반도체 투자기금 규모는 1조위안(약 17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투자 프로젝트 누적 건수는 28건이며 426억위안(7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승인됐다. 출자가 완료된 액수만 262억위안(4조6000억원)에 달한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는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내년 혹은 내후년이면 생산량 측면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유일하게 격차가 나는 산업 분야는 반도체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도 자세히 뜯어보면 팹리스 분야에선 중국이 한국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이 유일하게 발을 담그지 못한 분야는 바로 메모리 반도체인데, 최근 들어서는 중국이 이 분야로도 진출을 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이곳저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으로 중국이 들어올 경우 장기적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하고 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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