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1주년/IT산업 미래전략②] 분출되는 ‘디지털라이제이션’, 대응전략은?
디지털라이제이션,‘산업의 미래지형’을 바꾼다
각 산업별로 체감의 강도는 다르겠지만 디지털라이제이션은 산업계의 화두(話頭)다. 더 이상 오프라인에는 고객이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온라인으로 숨어버린 고객을 찾아 비즈니스 역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에 대해 가트너는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는 디지털기술의 활용, 그리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수익과 가치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로 이동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현재 국내에서 디지털라이제이션이 가장 격렬하게 분출되고 있는 곳은 금융권이다. 오프라인 점포 축소와 비대면채녈의 확장, 모바일및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진 주요 고객의 변화, 그리고 빅데이터와 같은 고도화된 분석 기술이 어우러진 결과다.
여기에 비대면 본인확인 프로세스를 인정함으로써 금융실명제를 우회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전폭적인 제도적 지원도 디지털라이제이션을 촉진시키고 있다.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환경… “고객은 어디에?”
“자동차보험은 47%, 다른 보험은 80~90%가 모바일에서 상품검색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환경으로 비즈니스 중심이 변화함에 따라 빅데이터 분석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보험사가 디지털라이제이션을 하는 것은 좋은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시현하기 위해서입니다.”
대형 보험사인 삼성화재가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이 주최한 ‘금융권 빅데이터 활용전략및 디지털라이제이션 트랜드’세미나에서 공개한 내용이다.
삼성화재는 강도높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이용패턴, 행동특성 분석에 기반한 개인화 오퍼링 구현, 방문 니즈 예측을 통한 개인화 오퍼링을 룰(Rule)기반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PC, 모바일앱, 등 6개의 접접을 운영해 고객 행동 특성 정보를 하나의 통합정보로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물론 삼성화재 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보험사들의 이같은 디지털라이제이션 대응 속도는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한편으론 이는 지난 수십년간 보험설계사(FP)조직 중심으로 지탱돼온 보험 영업조직 체계의 근본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서 지난해 12월, 첫 선을 보인 온라인보험 슈퍼마켓(보험 다모아)의 등장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물론 은행권에서도 디지털라이제이션은 역동적인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반 점포의 일상도 바뀌고 있다.
경기도 김포에 소재한 모 시중은행 의 A팀장(51)은 자기 책상은 있지만 자리에 앉아있는 경우는 출퇴근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전자결재시스템으로 웬만한 업무는 처리되기 때문에 굳이 사무실에 앉아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더구나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면적이 넓은 도-농 복합지역이다보니 농협, 그리고 지역 서민금융회사들과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그는 서류가방에 간단한 모바일 기기만 휴대하고 영업현장을 누빈다. 지역 점포에 속해있지만 딱히 영업의 권역별 구분은 없다.
A팀장은 “필요하면 전국 방방곡곡 다 움직인다”고 말했다. A팀장은“예전에 생각했던 은행 점포의 문화는 더 이상 아니다. 앞으로 고객이 더 이상 점포를 찾지않는 시대가 온다고 하는데, 이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을 영업권역으로 하는 국내 시중은행들의 점포는 1개 은행당 대략 1200개~1500개 정도인데, 전문가들은 향후 수년내에 30~40%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라이제이션 구현, 기술적 완성도는?… 금융권“이미 상당한 수준”
국내 금융권에선 디지털라이제이션을 구현하기위한 기술적인 완성도는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디지털라이제이션은 고도의 물리적 기술의 완성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객의 디지털화된 거래 행태를 수용하기위한 수단 또는 서비스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국내 처음으로 상용화한 비대면 본인확인 기반의 디지털 키오스크(Digital Kiosk)를 선보였다. 고객은 이를 이용하면 점포의 텔러를 찾지 않아도 은행 업무의 97% 처리가 가능하다.
물론 은행 업무 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업계에선 로보 어드바이저(RA: Robo Advisor)를 통한 비대면 금융컨설팅 서비스까지 가능해졌다. 온라인 비대면 금융자문서비스의 경우, 기존에는 허용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제도적인 보완이 이뤄지면 오프라인 점포를 찾을 일은 더욱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은행권이 인터넷전문은행 출현에 대응해 지난해 말부터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모바일뱅크’서비스는 이제 거의 모든 금융업무가 모바일에서 처리가 가능한 시대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미 우리은행의 위비뱅크, 신한은행의 써니뱅크, KEB하나은행 1Q뱅크, 부산은행의 썸뱅크 등 모바일뱅크 브랜드들의 치열한 고객 확보 경쟁이 시작됐다. 아직은 우열이 가려지지 않았지만 내년 상반기쯤에는 대략 은행별 성적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바일뱅크를 기존 은행서비스의 보조적 수단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독립적인 채널로 볼 것인가는 은행 마다 전략이 추구하는 전략이 다르기때문에 객관적인 분석이 가능할지는 회의적이다.
물론‘비대면’이 디지털라이제이션의 전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근 3~4년간 국내 보험업계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ODS(Out Door Sales)가 올해는 은행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한 신용카드, 캐피탈업계에서도 디지털라이제이션의 의미를 담은 변화의 바람은 이미 거세다. 온라인과 SNS와 같은 정형, 비정형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빅데이터 고객분석, 또 그에 기반이 혁신적인 마케팅 역량의 확대 등 스마트 경영이 이미 대세가 되고 있다. 카드 결제일과 연체 횟수, 구매 리스트와 성향 등을 추출해서 분석하던 시대는 더 이상 아니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해 은행권의 임원 인사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주요 은행들은 기존 미래금융 조직을 경쟁적으로 확대 개편시켰으며, 비대면채널과 미래금융을 하나의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
“SW적인 혁신이 디지털라이제이션의 핵심”
KB금융그룹은 지난해 12월에 단행한 2016년 조직개편에서, KB금융지주에 미래금융부를, KB국민은행에는 미래채널그룹을 각각 신설해 지주사와 은행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꾀해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다.
점포수 1100여개, 고객수 3000만명의 KB국민은행이 추진하는 비대편채널 전략의 핵심은‘온오프라인의 연계’이다. 단순히 채널을 이동시키는 것보다 온‧오프라인의 시너지를 통한 비즈니스의 확대가 궁극적인 목표다.
국민은행은 ▲신규고객 창출 플랫폼 개발 ▲생활밀착형 뱅킹플랫폼 구축 ▲비대면 채널 마케팅강화 ▲이(異)업종간 제휴 비즈니스 정착을 통한 디지털금융 인프라 구축 등을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 로보 어드바이저를 활용한‘온라인 자산관리’주요 추진 사업이다.
한편 최근 한화생명은 정부가 인공지능(AI)산업 육성을 위해 주요 민간기업 주도로 지원하는 지능정보기술연구소도 출자하기로 금융권의 주목을 끌었다. 삼성전자·LG전자의 경우 정부 측에서 먼저 제안을 했던 상황이었던 반면, 한화생명은 내부 판단에 따라 스스로 연구소 민간출자 기업에 참여키로 선택한 것이다.
출자 이유에 대해 한화생명측은 “지난해부터 빅데이터 분석 등에 관심을 갖고 내부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대해 오랜 검토를 해 왔다. 인공지능을 활용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분야 중 하나는 금융 분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한화생명은 지능정보기술 연구 결과물을 통해 로보 어드바이저뿐 아니라 해외사업에 선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국내는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규제가 강해 인공지능 기술 등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수집 등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추진하는 사업모델에 우선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디지털라이제이션 경쟁, 누가 승리할까
그동안 은행권에서는 비대면채널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해왔지만 비대면채널의 가치를 낮게 평가했다. 비대면채널 이용 고객을 ‘저수익형 고객’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또한 은행들의 온라인 마케팅 전략도 세련되지 못했다. 불편한 정보, 직관적이지못한 온라인상품 판매기법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그렇다보니 여신과 수신 상품 모두 대면채널에 비해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보험, 카드 등 2금융권 회사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가급적 단순업무 처리를 위해 저수익형 고객들이 창구에 몰리는 것을 막는데 초점을 맞췄다. 비대면 채널을 수수익창출 보다는 비용절감의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비대면채널에 대한 최근 금융권의 투자 분위기가 매우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분위기 전환을 이끌어낸 직접적인 원인은 핀테크 열풍이다. 보다 간편하고 직관적인 지급결제가 등장함으로써 금융서비스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하다보니 비대면채널로 주무대가 옮겨졌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금융권에서는 ‘삼성페이(Samsung Pay)’의 열품이 대단했다. 따지고보면 이러한 기저에는 ‘핀테크 시대에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하나’라는 금융권의 위기의식이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아직 비대면채널이 크게 수익을 내는 단계는 아니더라도 예전처럼 소극적으로 대응해서는 금새 경쟁에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은행 미래금융 전략 담당자들의 중론이다. 더구나 지난 몇 년간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O2O(Offline to Online)'과 같이 실물경제의 중심측이 오프라인에서 e커머스부문으로 급격하게 이동하면서 금융권의 불안감은 커졌다.
결국 디지털라이제이션의 문제는 빅데이터의 활용, SW 중심적인 사고의 경쟁력에서 출발한다. 누가 더 정치하게 분석하느냐, 누가 더 비즈니스 중심적인 사고를 하느냐의 문제와 직결한다고 할 수있다.
물론 여기에는 실시간 의사결정을 지원하기위한 BI(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인프라의 확충, 즉 이상자금거래탐지시스템(FDS), 자금세탁방지시스템(AML) 등을 활용한 효율적인 리스크관리 등 기존 인프라의 혁신도 동시에 수단돼야 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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