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갑작스레 불거진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게임 논란에 결국 회사 대표가 사퇴했다. 최근 여러 게임 게시판을 달군 ‘이터널 클래시’ 얘기다.

5-23 챕터명 ‘산 자와 죽은 자’도 5월 23일 고(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을 암시한다고 해서 논란이 이어졌다.

회사 측은 재빨리 지적받은 챕터명을 수정하고 공식 사과문을 올려 대처에 나섰으나 ‘우연의 일치라고만 하기에는 오해를 살 만한 소지가 있었음을 인정한다’는 말이 제 발등을 찍는 결과를 낳았다. 이용자들이 더욱 거세게 항의한 것이다.

이터널 클래시 퍼블리셔인 네시삼십삼분(4:33)도 사과문을 올렸으나 부정적인 여론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김세권 벌키트리 대표가 ‘대표직 사퇴’와 ‘기획 책임자 중징계’, ‘빠른 시일 내 인사 조치 공개’ 그리고 ‘1월 수익금 전액 사회 환원’을 약속하고 나서야 게시판의 분위기가 가라앉는 모양새다.

이번 사례로 게임업계의 고민이 하나 늘었다. 게임 개발 과정이나 검수(QA) 단계에서 일베 용어를 걸러내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터널 클래시 논란을 보면 선택이 아닌 필수 작업이 돼야 할 듯하다. 이를 소홀히 한다면 얼마든지 제2의 벌키트리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

안타까운 부분은 논란이 된 게임 속 문구들 때문에 벌키트리는 물론 퍼블리셔인 네시삼십삼분까지 ‘일베 회사’로 낙인찍힐까 하는 것이다. 대다수 회사 구성원이 일베와 상관없이 부푼 꿈을 안고 게임을 개발·서비스했으리라 본다.

그런데 자신이 참여해 수년간 개발한 게임이 ‘일베 게임’으로,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일베 회사’로 낙인찍힌다면 그 충격이 어마어마할 것으로 생각된다. ‘인생을 걸고 한 창업’이라는 김 대표의 인터뷰 내용 때문에 안타까움이 더하다. 네시삼십삼분 관계자는 ‘최소한의 윤리마저 포기한 기업’으로 매도되는 것에 참담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지금도 게임 게시판엔 논란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따끔한 지적은 받아들어야한다. 더 이상 여론 재판은 자제됐으면하는 생각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