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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 10개로 본 국내 게임산업의 문제점

이대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사장 윤송이)과 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학회장 이인화)가 지난 21일 공동 주최한 ‘2015 게임사전 포럼’에서 눈길을 끄는 발표가 있었다.

이재홍 숭실대 교수(한국게임학회장)<사진>가 ‘한국 게임산업의 현 단계와 게임사전’을 주제로 발표하는 중간에 속담 10개를 인용해 우리나라 게임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 공감을 얻었다.

◆다 된 밥에 재 뿌리기,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이 교수는 정치권의 규제 정책을 비판했다. 단일 창구 없이 다양한 부처에서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시행하고 그마저도 엇박자가 나면서 국내 게임산업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여성가족부 주도의 게임 셧다운제(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청소년 인터넷게임 접속차단) 시행 이후 다양한 게임규제 시도가 이어진 것이 이를 방증한다.

셧다운제의 적용 시간을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확대하고 형벌 규정 대신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와 함께 게임 중독을 마약과 알코올, 도박과 함께 통합 관리한다는 이른바 게임중독법(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추진되면서 전 사회적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게임업계에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게임 개발자들은 “그동안 긍지를 가지고 일해 온 시간이 뭐가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사업팀 관계자들은 “법안이 시행되면 우리가 마약과 동급인 게임을 장려해온 꼴이 되는 것”이라며 자괴감을 토로했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이 교수는 잘 나가던 국내 게임산업이 최근 부진에 빠져있는 추세도 언급했다.

그의 말대로 국내 게임산업은 역성장이 예상된 바 있다. ‘2014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6조7389억원이던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가 2014년 들어 1조5000억원 가량이 증발한 5조2887억원으로 조사됐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그만큼 커졌다곤 하나 성장세가 둔화되다가 온라인게임 시장의 역성장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모바일게임 시장 역시 2016년 역성장이 예상됐다. 2014년 기준 모바일게임 시장은 2조4255억원 수준이다. 업계에선 지난해부터 모바일게임 시장도 포화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타진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죽 쒀서 개 줬다

최근 중국 게임산업의 기세가 심상찮다.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만 5조원을 돌파했다는 조사도 있다.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이미 세계 최대 위치에 섰다. ‘죽 쒀서 개 줬다’는 속담은 중국 게임업체들이 국내 온라인게임을 수입해서 성장 기반을 닦아 지금은 우리나라를 훌쩍 앞서나가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이 교수는 중국 자본에 국내 시장이 잠식되고 외산 게임들이 잇따라 국내에서 흥행하는 사례를 보면서 국내 게임업계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강 건너 불구경,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핑계 없는 무덤 없다

이 교수는 게임업계 내부의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업계 내에서 “소통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특정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오타쿠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업계가 그런 기질이 있다는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는 이 교수가 업계의 무사안일함을 지적한 속담이다. 온라인게임 종주국, 게임강국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새로운 게임, 혁신이 담긴 게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역성장을 규제 탓으로 돌리는 업계의 무능함을 꼬집은 속담이다. 업계 입장에선 뼈아픈 지적이다.

이 교수의 말대로 역성장을 탓하기엔 업계가 시장 대응에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몇 년 전까지 한 수 아래로 봤던 중국만 해도 모바일게임 개발력 부문에서 이제 우리나라를 추월했다. 중국산 모바일게임 수입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중국산 게임의 수준이 상향평준화된 데다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수입하는 것이 수지타산에 맞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병 주고 약 준다

올해 국정감사에선 국회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게임산업 살리기’를 외쳤다. 그리고 게임산업의 위기도 강조했다. 정부 부처엔 진흥책 마련도 주문했다. 몇 년전 게임규제책을 잇따라 내놓은 것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이 교수는 정부의 때 늦은 진흥책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에 비유하고 규제를 외쳤다가 이제 진흥을 주문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병 주고 약 준다’에 빗대 비판했다.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

이날 이 교수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아직 업계가 (스토리텔링의) 절실함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애니팡’과 ‘앵그리버드’의 차이점을 들어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 게임의 차이가 스토리텔링의 유무에 있다고 봤다. 앵그리버드는 화난 새가 알을 훔쳐 가려는 돼지들을 공격하는 등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앵그리버드는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게임의 줄거리가 강조되기도 한다. 반면 애니팡은 동물들을 연결해서 터뜨려야 하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봤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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