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중독법은 반대하더니 아이템 규제는 환영…게이머들 속내는?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지난 9일 ‘확률형 게임 아이템’ 규제법안 발의로 관련 커뮤니티가 떠들썩하다. 게임을 직접 즐기는 이용자들이 법안 시행에 찬성 입장을 속속 밝히는 까닭이다. 셧다운제와 게임중독법 발의 당시 게이머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던 때와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확률형 아이템은 뽑기형, 캡슐형 유료 아이템 등으로도 불리며 이용자가 구매 혹은 투입한 가치와 같거나 혹은 일정 확률로 투입 가치를 뛰어넘는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게임 내 수익모델이다. 이용자는 희귀한 확률로 이른바 대박 아이템을 얻을 수 있지만 상당수가 쪽박 또는 꽝으로 불리는 아이템을 얻게 된다.
◆아이템 획득확률 표시에 게이머들 ‘환영’=11일 게임 커뮤니티에 따르면 상당수의 게임 이용자들이 아이템 관련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게임법 개정안을 지지하고 있다. 반대 의견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개정안을 지지하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게이머들이 아이템 획득확률 표시를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이유는 뭘까.
한 누리꾼은 장문의 글을 올려 ‘확률형 아이템은 구매 확정되기 전까지는 내용물이 뭔지 구매자가 모르고 알려주지도 않는 재화나 서비스다. (중략) 광의적으로 도박에 가까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기존의 한국형 확률형 아이템은 확률 공지를 안 하고 있는데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면서 해당 재화나 서비스의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기업으로서 도리를 하지 않은 것이다. 공정하지 않은 거래’라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은 우려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법안으로 제재하는 건 좋지 않다’며 ‘확률이 공개되지 않은 아이템은 잘 사지 않는 문화가 정착되는 게 맞다. 해외 게임에는 (국내 진입) 장벽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대다수 누리꾼은 우려보다는 개정안 발의를 지지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저연령층인 아이들도 이러한 아이템을 사는데 아무런 제재가 없다’, ‘더 강하게 규제해도 모자를 것’, ‘착한 과금정책을 하면 다시 국내 온라인게임을 하겠다’, ‘기업이 돈을 벌어야 하는 건 알지만 너무 악용했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2008년에 첫삽 떴건만=게임 커뮤니티에선 지난 2008년 업계가 ‘캡슐형 유료 아이템’ 자율규제를 추진하려다 흐지부지된 것을 꼬집는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게이머들은 지금까지 자율규제가 뒤로 미뤄진 것을 지적하면서 개정안 발의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물론 당시 자율규제는 업계 의지라기보다 정부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
2009년엔 게임물등급위원회(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주요 10개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확률형 아이템 운영과 관련해 간담회를 개최했으나 해당 업체들이 모두 불참한 바 있다. 이후 확률형 아이템 등급분류 기준 연구 등을 위해 현황조사를 실시했지만 당시 업체들은 ‘당첨아이템의 확률과 유저이용수를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이후 국정감사에선 “많은 양의 게임머니 혹은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을 확률형 캡슐에 묶어놓으면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해당 아이템을 반복적으로 구매하고 되고 이는 사행성 조장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2011년에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안 얘기가 다시 나왔지만 결국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다 다음해 셧다운제 이슈가 불거지면서 업계 관심사가 규제 방어에 쏠렸고 이후 중독법이 전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면서 2014년까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안 마련에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업계가 전체이용가 게임에 한해 아이템 획득확률을 공개한다는 내용의 자율규제안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는 지난 9일 개정안 발의에 대해 “글로벌 사업자도 규제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면서 자율적인 규제로 풀어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올 상반기 중으로 자율규제를 실시를 약속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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