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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애플 맥북의 가치…‘실험적 시도+대중성’ 경계에 서다

이수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애플이 지난 3월 발표한 ‘맥북’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듯하다. 첫 번째는 ‘역시 애플’이라는 찬사, 두 번째는 ‘성능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로 정리할 수 있다. 일단 자세한 사양을 풀어 쓰는 것보다는 아래 링크를 쭉 훑어보면 이해가 빠르다. (www.apple.com/kr/macbook/specs)

부정적인 소비자 의견은 중앙처리장치(CPU)로 장착된 인텔 ‘코어M’에 집중되어 있다. 노트북에 사용하기에 낮은 성능이 아니냐는 것과 최저 159만원(맥북 프로 최저 모델과 같음)에 이르는 가격이 어우러지면서 나온 결과다. 인텔이나 애플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지만 좋던 싫던 주력으로 쓰이는 ‘코어 i3’나 ‘코어 i5’와 비교했을 때 한 단계 낮은 성능임에는 분명하다.

물론 성능이라는 것이 단순히 데이터 처리 속도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코어M은 일부 작업에서 코어 i3 이상의 힘을 내면서도 전기를 훨씬 덜 먹는다. 코어 i3가 15와트(W)의 전기를 쓴다면 코어M은 1/3에 불과한 4.5W에 불과하다. 맥북을 사용하다 보면 이런 느낌이 그대로 전달된다. 확실히 맥북에어나 맥북프로와 비교하면 힘겨운 모습을 보인다. 화면 전환이나 멀티태스킹 작업에 있어 반 박자가 느리다. 솔직히 시원시원하지 않다.

그런데 배터리 시간은 참 길다. 웹서핑은 9시간, 동영상 재생은 10시간에 달한다. 13.1mm, 920g에 불과한 무게를 고려하면 썩 괜찮은 배터리 사용시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코어M의 사용은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리기 위한 초석이 됐다. 손가락 두 세 마디 크기로 쪼그라든(?) 메인보드 덕분에 남은 공간의 여유만큼 배터리를 구겨 넣었기 때문이다.

본체에 3.5파이 이어폰과 USB-C를 제외한 모든 단자가 사라진 부분은 평가하기 참 까다롭다. 과거 광드라이브나 유선랜을 과감하게 빼거나 혹은 맥북에어에 USB 포트 1개만 남겼을 때 나온 반응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번에도 애플의 선택이 맞을까? 분명한 사실은 덕분에 휴대성이 크게 개선됐고 디자인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새로 바뀐 애플 로고와 함께 더욱 패션 아이템에 가깝게 변모했다.

어쨌든 사용자 입장에서 USB-C로 전원과 확장이 모두 이루어져도 상관은 없는데, 전원어댑터에 USB 단자 하나 정도는 마련해줬으면 더 좋았을 터다. 크기로 보니 충분히 넣고도 남을 것 같은데 너무 야박하다.

USB-C와 함께 나비식 메커니즘을 적용한 키보드도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3분 동안은 ‘애플이 장난하나?’라는 말이 나왔다. 꾹 참고 1시간 동안 타자만 쳤다. 그러다가 문득 ‘경험적 사고’에 대해 생각하게 됐는데 적어도 시장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어도 실패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같은 키보드라도 기계식, 멤브레인, 펜타그래프, 아이솔레이션 등으로 구별되고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한 상황에서, 나비식 메커니즘 키보드의 경우 써본 사람이 많아진다면 나쁘지 않은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애플을 따라하는 기업이 나올지 모른다. 다만 나비식 메커니즘은 그 자체로 단가를 올리는 원인이 되므로 맥북 가격에 악영향을 준 것이 분명하다. 향후 출시될 맥북에어나 맥북프로가 지원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애플의 또 다른 경험적 사고는 압력을 감지하는(포스터치) 터치패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원이 꺼진 이 터치패드는 그냥 유리판에 불과하다. 물리적인 감촉이 전혀 없다. 클릭할 때 나오는 ‘딸칵’하는 느낌과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전원이 켜지고 OS X이 가동해야 비로소 진가가 발휘되는 이 터치패드는 다양한 상호작용을 가능케 한다.

예컨대 한 번의 클릭으로 사진 미리보기, 드래그&드롭에서 걸리는 느낌이 난다. 일종의 촉각과 물리적인 움직임을 느끼게 하는 ‘햅틱’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애플은 노트북에서 터치스크린보다 더 친숙하고 생산성에 초점을 맞춘 키보드와 터치패드를 더욱 고도화해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 PC 시장에서 잘 나가는 태블릿과 노트북의 경계가 모호한 ‘2-in-1’과 같은 컨버터블PC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리하면 맥북은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곁들인 제품으로 이에 대한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소비자가 목표다. 그리고 이런 작업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판단하면 나비식 메커니즘 키보드, 포스터치 터치패드, USB-C를 맥북에어‧맥북프로에 전면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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