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점 맞은 PC 시장…‘반등이냐, 유지냐’
- 윈도10, 크롬북에도 성장에는 한계
- 더 이상 하락할 요인은 줄어들지만 대화면 태블릿이 변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4분기 글로벌 PC 시장이 예상보다 선전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와 가트너는 각각 이 시기 PC 출하량을 각각 8080만대, 8370만대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마니어스 2%대를 나타낸 것으로 당초 예상치인 마이너스 4~5%대와 비교했을 때 감소폭이 줄어든 것이다.
당초 시장조사업체에서는 글로벌 PC 시장 하락세를 다소 보수적으로 설정했다. 적어도 2016년까지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된다고 전망한 곳이 많았다. 분명히 시장도 예상한대로 역성장하고 있지만 속도가 크게 느려졌다. 전통적으로 PC 시장은 지역별 차이가 존재했는데 이번에는 성장시장보다 선진시장에서의 선전이 도드라졌다. 특히 최대 시장인 미국의 경제가 살아난 것이 톡톡히 효과를 봤다.
미국은 4분기 PC 출하량이 2013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한 1810만대를 기록하면서 최근 4년 동안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덕분에 관련 업체의 실적이 크게 높아졌다. 하나씩 뜯어보면 1위인 HP는 4분기에만 527만대의 PC를 출하해 전년 동기 대비(418만대) 100만대 이상이 늘어났다. 2위인 델도 400만대 벽을 넘었고 3위 애플은 22만대, 4위 레노버는 320만대, 5위 에이수스도 10만 가량 출하량이 높아졌다. 상위 5개 업체가 모두 짭짤한 수익을 기록했다.
전체 PC 출하량으로 봤을 때 아직도 완벽하게 반등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PC 시장이 중장기적인 훈풍이 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별히 긍정적인 계기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성장이 주춤한 것이 기대감을 높이게 하는 이유다. 여기에 올해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10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시기다. 또한 인텔에서도 5세대 코어 프로세서(브로드웰) 공급을 시작했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적으로 PC 시장에 불리할 이유가 없다.
이와 달리 태블릿은 쓰나미 같은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 연평균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한 가운데 교체주기가 3년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PC와 비슷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현재 태블릿 시장은 화이트박스와 같은 저가형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시장점유율이 33%에 달해 애플과 삼성전자를 멀찍이 제쳤다. 신흥시장에서의 약진이 큰 도움이 됐으며 향후 태블릿 시장 성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태블릿 출하량은 작년보다 불과 2% 성장한 2억5400만대(IDC 기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태블릿이 덜 팔리는 만큼 PC가 더 팔린다는 의미다. 반대로 이제까지는 PC가 덜 팔리는 이유는 태블릿이 그만큼 인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PC, 스마트폰, 태블릿을 사용함에 있어 단계별로 밟아오던 성장공식이 깨졌다는데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기 전에 PC를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제는 이런 과정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성장시장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유선전화를 깔기도 전에 휴대폰이 대중화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PC를 접하지 못한 인구가 적지 않으나 태블릿이 빈자리를 꿰차고 있는 셈이다. 보급형 태블릿이 득세하고 교체주기가 길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따라서 향후 PC 시장의 성장세를 가음해볼 수 있는 계기는 윈도10과 크롬북과 같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얼마나 선전하느냐에 달렸다. 태블릿 연평균성장률이 2013년 52%에서 2014년 7%로 급감하고 평균판매단가(ASP)는 334달러에서 2018년 312달러로 낮아짐과 동시에 화면크기도 8인치 이하는 줄어들고 10인치 이상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대화면 태블릿이 PC 시장 잠식을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고 봐야 한다. 애플이 12인치 아이패드를 내놓을 계획이라는 소문이 떠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 다른 시장조사업체 IDC는 전 세계 PC 인스톨 베이스(설치대수)는 작년 17억대에서 2018년 16억대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간 동안 윈도10과 크롬북의 급성장에도 가구당 PC 수는 감소가 예상된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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