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승자는 한국IBM? 국민은행 유닉스 전환 사실상 어려워져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 사업이 결국 한국IBM의 승리로 끝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마감된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사업 재입찰 결과 한국IBM만 입찰에 참여, 유효 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사업이 유찰됐다. 이에 국민은행은 지난 3일 ‘주전산기 사업 재추진 관련 구매를 위한 제안 재공고’를 내고 다시 한번 사업자 선정에 나섰지만 한국IBM을 제외한 다른 사업자의 참여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업계에서는 이번 국민은행 주전산기 전환 사업은 메인프레임이 사업을 수성하는 것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의 전환 사업 추진을 강행하기에는 은행은 물론 IT서비스업체들이 져야 할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주전산시스템의 오픈 환경 전환을 위해 유닉스 시스템 전환을 추진해 온 국민은행은 사업 과정에서 이른바 ‘KB사태’를 촉발시키며 은행장과 지주회장 등 최고경영진을 낙마시키는 사태를 맞았다.
KB금융그룹의 최고 수뇌부를 낙마시킨 유닉스 전환 사업을 그대로 밀고 가기에는 금융그룹 내부적으로도 부담인데다 강행할 경우에 한국IBM에 물어야 할 유지보수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현재 국민은행은 이건호 전 행장과 임영록 지주회장이 사퇴하며 공석이 된 경영부재를 윤종호 신임 금융지주회장 겸 은행장이 내정되며 수습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KB사태로 LIG손해보험 인수 등 금융그룹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주요 사안이 조기에 처리되지 못해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은행으로선 유닉스 전환을 위한 IT대형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사업을 강행할 경우 14개월에 걸친 IT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부담과 시스템 전환 후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한 것도 부담이다.
국민은행은 기존 애플리케이션과 솔루션들을 유닉스 시스템에 맞게 재개발하는 것이 아닌 일종의 변환 방식인 ‘리호스팅’으로 시스템 전환을 추진하려 했지만 리호스팅을 통한 사업 전환 성공률이 금융권에서 그리 높지 않았다는 점도 유닉스 전환을 힘들게 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내부사정과 별도로 사업 참여를 고민해온 IT서비스업체들의 사정도 그리 좋지는 않다.
이번 유효경쟁 불성립에 따른 재공고가 진행됐지만 유닉스 진영과 함께 할 IT서비스 업체의 참여확률은 극히 낮은 상황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이번 재입찰 기간을 11월 7일까지로 정했다. IT서비스업체로선 4일 남짓한 기간 안에 다시 사업 참여를 결정하기란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재공고는 형식적인 것으로 본다”며 “한국IBM 단독 입찰로 수의계약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디지털데일리가 4일 주요 IT서비스업체에 문의한 결과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곳은 현재 없는 상태다. 다만 한 IT서비스업체의 경우 사업부에선 사업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경영진에서 승인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인프레임이 제시한 가격조건과 비교해 유닉스가 제시할 수 있는 비교우위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유닉스로의 전환은 2016년 이후에나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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