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신세였던 IBM x86, 레노버 만나 ‘귀하신 몸’ 될까
-10월1일 한국레노버 엔터프라이즈비즈니스그룹(EBG) 공식 출범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기존 IBM의 x86 서버 사업이 마침내 국내에서도 ‘레노버’ 브랜드를 달고 본격화된다. 앞서 레노버와 IBM은 미국투자위원회(CFIUS) 승인 절차 등을 포함한 모든 규제 요건과 계약 청산 조건을 만족해 10월 1일을 기준으로 공식적인 인수 절차를 완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역시 모든 이관 절차를 완료하고 1일 x86 서버 사업부가 공식 출범한다. 기존 IBM x86 서버사업팀은 레노버의 엔터프라이즈비즈니스그룹(EBG)으로 소속되며, 한국의 경우 EBG를 이끌 박완호 상무를 포함해 IBM 인력 총 49명이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IBM x86 서버 사업은 유닉스(파워시스템), 메인프레임(시스템z) 등에 밀려 하드웨어 사업부 내에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유닉스나 메인프레임에 비해 업체 간 기술 격차가 적은 x86 서버 사업은 특히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IBM의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군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닉스나 메인프레임에 비해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분야였다. 비유하자면 큰 형님(메인프레임)이나 둘째 형님(유닉스)에게 무엇이든 양보해야 하는 막내 동생의 입장인 셈이다. 실제 한국IBM의 x86 서버 시장 점유율은 몇 년 간 지속적으로 하락, 델코리아에 2위를 넘겨준 이후 줄곧 3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 2분기에도 IBM은 판매대수 기준으로는 약 14%, 매출 기준 10%의 점유율에 그쳤다.
반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던 레노버는 PC플러스(+) 전략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005년 IBM으로부터 PC사업을 넘겨받아 결국 전세계 PC 판매 1위 업체 타이틀을 거머쥔 것처럼 엔터프라이즈에서도 이를 이어나가겠다는 야심이다.
특히 레노버는 IBM 브랜드를 인수 완료 이후 5년 간 사용할 수 있고, PC와 태블릿 사업을 바탕으로 부품 공급에서의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IBM의 일부 스토리지 및 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 중 일부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판매하는 한편 스마트 클라우드, 일반 병렬 파일 시스템(GPFS), 플랫폼 컴퓨팅 솔루션 등도 공급할 수 있는 제휴를 맺음에 따라 보다 포괄적인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레노버가 x86 서버 사업에서도 기존 PC사업에서처럼 광범위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로엔드와 메인스트림, 프리미엄 등 각 카테고리별 시장 공략에 초점을 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IBM의 기존 인력과 파트너, 고객 등을 그대로 물려받게 된 레노버에게 x86 서버 시장은 반드시 시너지를 내야 하는 시장인 만큼, 당분간 공격적인 영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레노버 EBG 관계자는 “현재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는 시장이 있지만, 올해 말까지는 돌아가는 상황을 본 이후, 내년부터 구체적인 전략을 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노버의 회계연도가 4월에 시작되는 만큼, 올해까지는 시장 상황을 가늠하는 기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버 업계 역시 레노버를 계속해서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레노버 브랜드로의 전환에 따른 고객 이탈을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 출범 이후 어느정도의 가시적인 변화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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