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삼성 생활가전 마(魔)의 11분, 그리고 태종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요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2015년 전 세계 1위 달성을 위한 잰걸음이 한창이다. 빡빡한 사내교육은 물론 수장인 소비자가전(CE)부문 윤부근 대표의 훈시와 독려도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직 구성원들이 받는 긴장감이 상당할 터다.
생활가전사업부 상황을 윤 대표의 입을 빌리면 ‘이륙하는 비행기’와 같다. ‘우리는 탑을 향해 이륙했습니다. 궤도에 올라 순항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가 주요 훈화 가운데 하나다.
항공 업계에는 ‘마(魔)의 11분’이라는 말이 있다. 이륙 후 3분, 착륙 전 8분을 합친 것으로 그만큼 사고 가능성이 다른 운항 구간에 비해 높다는 얘기다. 비행기로 따지면 생활가전사업부는 이륙하고 있는 상황이니 가장 위험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셈이다.
몇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비행기를 이륙시킬 때 조종사가 외치는 말 가운데 ‘V1’, ‘로테이트’, ‘토우가’ 등이 있다. V1은 ‘이륙 결심 속도’로 이 속도를 넘으면 이륙을 중단할 수 없다. 두 번째 로테이트는 말 그대로 조종간을 당겨 비행기를 떠오르게 만드는 작업이다. 이 때 스로틀, 그러니까 엔진출력을 조절하는 레버는 최고 상태가 되어야 한다. 이를 토우가(Take Off and Go Around Thurst, TOGA)라고 부른다.
따라서 V1, 로테이트, 토우가 가운데 한 가지만 부족해도 비행기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속도, 방향, 추진력이 비행기가 안전하게 순항하는데 필요한 필수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이륙만 하면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사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윤 대표가 생활가전사업부에 요구하는 부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수립한 목표는 반드시 지키고 근본적인 것을 찾아 해결한다’,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고민한다’, ‘실행은 빨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각각 속도와 방향과 추진력에 비유할 수 있다.
사업이 제 궤도에 안전하게 오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효과가 완벽하게 나타나는 시점이 지금 당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생활가전은 변화의 속도가 무척 느린 사업이다. 라이프사이클이 길고 고장이 나면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준다. 따라서 브랜드 신뢰성이 필수다. 삼성전자가 생활가전 브랜드에 있어 세계 톱클래스인 것은 분명하지만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런 의미에서 윤 대표의 역할은 태종에 가까울지 모른다. 태종의 최고 기획상품이 세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것처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의 태평성대가 이어지도록 기반을 닦아주는 작업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표가 입버릇처럼 ‘사람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허투루 들리지 이유다. 사람이 전부는 아니지만,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정신적 유산이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 지켜보는 것도 생활가전 업계를 바라보는데 중요한 키워드가 될 수 있겠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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