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는 것 없어 속 터지는 통신시장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사상최대 과징금, 영업정지도 통하지 않는다.
연초부터 이동통신 시장이 100만원 보조금으로 들끓고 있다. 지난해 연말 정부로부터 사상 최대 과징금을 맞은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동통신 업계는 이번 100만원 보조금 사태가 단말기 제조사와 특정 이동통신사간의 갈등으로 빚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찾자면 보조금 이외에 수단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워진 통신업 현실 자체에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통신시장은 매출측면에서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통한 성장이 아니다. 오히려 수익성은 나빠지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지만 가입자당매출(ARPU)는 음성통화 시절만 못하다. 현재 가입자에게 음성, 인터넷 요금을 받아먹는 수익구조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 서비스가 부침을 겪을 때마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며 초고속 성장을 도왔지만 지금은 성장을 견인할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분석했다.
통신시장은 처음 유선전화를 중심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유선전화로 한창 재미를 볼 때 새로운 수익원이 된 것은 국제전화였다. 그리고 등장한 통신서비스가 바로 초고속인터넷이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성장기에 진입하면서 또 뒤를 이동통신 서비스가 받춰주면서 그야말로 통신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접을 받았다. 5년 정도 주기로 계속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서 성장을 이어갔던 것이다.
하지만 이동통신 이후 더 이상 통신시장 전체 성장을 견인할 서비스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시점으로 보면 정체는 2005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국내 기술로 세계제패를 노렸던 와이브로는 2006년 서비스 이후 가입자 100만에 머무르고 있다. 시장퇴출은 시간문제로 평가되고 있다. DMB 역시 비슷한 신세. 더 이상 성장을 주도할 만한 서비스는 나오지 못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LTE 전국망이 구축됐지만 혜택을 보는 이통사는 제한적이다. 3G가 없던 LG유플러스만이 나름 혜택을 볼 뿐 SK텔레콤이나 KT는 3G 장비의 감가상각이 끝나기도 전에 대규모 LTE 투자에 나설 수 밖에 없는 현실이 탐탁치 않다.
이에 통신사들은 가상재화, 탈통신 등 융합, 콘텐츠 등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지만 역시 신통치 않다.
정부 입장에서도 고민이다. 근본적으로 보조금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시장현실이지만 예전처럼 정부가 대규모 투자, 기술개발을 통해 업계를 리드하던 시절은 지났다. 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불투명한 경기, 포화된 시장 등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사내유보금은 15조원을 넘어섰고 3만7821%에 달하는 유보율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미래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시장이 정체될 상황을 보일 때 새로운 서비스가 터지면서 전체 시장을 견인했지만 2000년 중반 이후 성공한 서비스는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이미 포화된 시장에서 유지하려는 사업자, 성장하려는 사업자가 충돌하다보니 보조금 논란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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