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vs 삼성전자, 정면충돌…미래부, “제조사, 단말기 유통법 사실 호도”
- 휴대폰 산업 생태계 파괴 ‘침소봉대’…삼성전자, 유통망 주도 및 교란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삼성전자에 대해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보조금 규제법 또는 단말기 유통법)안에 대한 제조사의 반대 움직임이 사실 관계까지 호도하는 등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이 법은 정부는 물론 제조사를 제외한 전 통신업계가 찬성하고 있다. 제조사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대 목소리의 대표다.
18일 미래부와 방통위는 경기 과천 미래부 청사에서 단말기 유통법에 대한 제조사 입장 반박 브리핑을 개최했다. 제조사가 일부 언론을 통해 이 법안이 과잉 규제며 휴대폰 산업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조목조목 반론을 펼쳤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이날 A사로 지칭을 했지만 삼성전자를 겨냥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가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가 지난 11일 삼성디스플레이 김기남 대표가 회장인 디스플레이산업협회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사업부장 전동수 사장이 회장인 반도체산업협회 등과 함께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휴대폰 산업 생태계 붕괴 위험이 있어 휴대폰 관련 제조업 시장 및 산업 등 모든 이해관계자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 홍진배 과장은 “휴대폰 산업 붕괴는 논리적 비약이다”라며 “영업비밀 공개나 이중규제 등이 없다는 사실을 제조사에게 수차례 설명하고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의견수렴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 주장을 하는 것은 좋지만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것은 여론을 변질시키려는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단말기 유통법은 ▲가입유형·요금제·거주지 등에 따른 보조금 차별 금지 ▲보조금 지급 요건 및 내용 공시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특정 요금제 및 부가서비스 강요시 계약 효력 무효화 ▲보조금 미지급시 상당액 요금할인 제공 ▲제조사 장려금 조사 및 규제 도입 등이 주요 내용이다. 제조사가 장려금으로 시장을 교란할 때만 적용된다. 정상적 판촉 행위나 전체 구매자에게 지급하는 장려금은 조사 대상이 아니다. 법안이 제정되면 실질적 단말기 가격 경쟁이 일어나게 돼 단말기 가격대 다양화와 가격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홍 과장은 “법안이 시행되면 소비자 혜택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유인 효과로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을 피할 수 있게 되고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돼 결과적으로는 소비자가 이익을 본다”라며 “거대 제조사와 거대 통신사가 짬짜미 해서 불변 가격을 만들어놓고 보조금으로 좋은 가격에 파는 것처럼 속이는 행위를 막으면 특정 제조사가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막아 공정한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해외 제조사와 역차별이라는 반대 논리에 대해서는 오히려 해외 제조사가 조사에 협조를 잘한다며 국내 제조사 1곳이 좌우하는 시장이 다변화 돼 선택권이 넓어지는 것이 소비자 이익이라고 맞섰다. 지난 2011년 방통위는 애플과 구글을 위치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조사한 바 있다.
홍 과장은 “방통위가 애플을 조사할 때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 조사까지 협력했다”라며 “애플은 현재 장려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지 않고 출고가를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가격 정책을 쓰고 있다. 애플이 국내 제조사에게 배워 장려금을 쓴다면 지사에 비용을 줘야하고 이는 당연히 국내법으로 조사할 수 있는 문제”라고 전했다.
LG전자와 팬택 등 국내 제조사가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시장이 더 가혹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삼성전자가 디지털프라자를 통해 과다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주변 상권을 초토화 시킨 것과 해외에서는 국내 제조사도 장려금을 투명히 공개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홍 과장은 “후발 제조사가 어려운 이유는 제품을 잘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특정 제조사(삼성전자)가 시장을 왜곡하기 때문”이라며 “가두리 양식장처럼 최대 제조사가 내주는 시장만 가지는 것보다 공정한 경쟁을 하게 되면 얻게 될 이익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제조사가 국내 시장에서 과다 이익을 보고 있는 것도 꼬집었다. 소비자 취향으로 돌리기 이전에 시장 자체를 인위적으로 조성한 관행을 고칠 때라는 지적이다.
홍 과장은 “자동차도 에쿠스 제네시스 소나타 모닝 등급이 있고 소득에 따른 소비를 하는데 한국 휴대폰은 모두 에쿠스와 제네시스만 있다”라며 “제조사가 우리나라 소비자는 프리미엄폰만 좋아해서 중저가 제품을 출시 안한다는 말을 하는데 제품이 있고 가격이 제대로 형성돼 있으면 세계 어느 나라 사람도 합리적 소비를 하게 돼 있다”라고 역설했다.
한편 정부는 이 법을 또 하나의 규제가 아닌 시장 정상화 도구로 바라봐줄 것을 당부했다. 추후 단말기 출고가 인하와 보조금 투명화 등이 이뤄지면 법 자체가 필요없어 질 것으로 전망했다.
홍 과장은 “정상적 시장 참여를 하고 있다면 지금도 이 법의 영향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제조사를 규제의 관할로 두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보조금을 많이 쓰는 척하며 그 이익을 통신사와 제조사가 나눠 갖는데 이를 투명화 해서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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