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LCD 공장 첫 가동하는 삼성디스플레이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중국은 세계 최대 TV 완성품 수요국이다. 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세계 TV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출하량 비중은 27.2%로 북미(16.8%), 아시아태평양(12.7%), 서유럽(12.6%), 남미(11%)보다 높았다.
중국 TV 시장은 TCL과 하이센스 등 현지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세계 TV 시장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 시장에서 10위권 내에 간신히 이름만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거대한 자국 시장을 등에 업은 TCL은 지난해 소니를 꺾고 출하량 기준 세계 3위 TV 업체로 부상했다. 패널 업체들이 중국 완성품 업체를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안달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러나 중국 TV 업체들은 자국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구매를 늘리고 있다. 조사업체 위츠뷰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 완성품 TV 업체들이 자국 LCD 패널을 구매한 비중(자급률)은 처음으로 30%를 넘었다.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LCD 패널의 자급률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국 패널 업체에 자금을 제공하고 ‘방어 관세’를 매기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수입산 대형 LCD 패널에 붙는 관세 5%는 한국은 물론 대만과 일본 패널 업체들에게 넘기 힘든 무역 장벽이다.
패널 시황은 공급과잉 국면이다. TV 수요는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중국 패널 업체들은 생산량을 계속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10월 하순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를 탑재한 120Hz 풀HD 40~42인치 LCD 패널의 평균판매가격은 이달 상순 대비 3% 떨어진 230달러를 기록했다. 이 제품의 가격은 지난해 12월 289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10개월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공급 과잉 국면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에 신규 LCD 패널 공장의 가동을 시작한 이유는 5%의 관세를 피하기 위함이다. 지난 3분기 삼성디스플레이 LCD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2%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관세를 없애지 않고서는 이익률을 올릴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사실상 중국 정부가 국내 업체들이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시장에서 돈을 벌려면 현지 공장 가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도 삼성과 마찬가지로 내년 중국 광저우 LCD 공장 가동에 들어간다.
장원기 중국삼성 사장은 25일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 삼성쑤저우LCD 공장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사회적 책임을 철저하게 수행해 중국 인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 중국 사회에 기여하는 현지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LCD사업부장(부사장)을 비롯 지앙홍쿤 쑤저우시 서기, 치청위엔 국가발개위 사장, 리동셩 TCL 회장, 위슈민 하이센스 총재 등이 참석했다. 테이프 커팅식에서 삼성 고위 인사들은 중국 인사들에게 중앙 자리를 내주며 자세를 낮추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앙홍쿤 쑤저우시 서기는 이 자리에서 “삼성쑤저우LCD 공장 건립을 계기로 더욱 넓고 깊게 삼성 및 TCL과의 합작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공장은 삼성디스플레이 60%, 쑤저우공업원구 30%, TCL 10% 합작으로 지어졌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신규 LCD 공장이 들어선 쑤저우공업원구의 입지 조건이 좋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싱가포르 정부와 합작으로 만들어진 쑤저우공업원구는 투자 상담부터 인허가까지 2주 만에 끝나는 ‘원스톱 서비스’를 비롯 10시간 안에 항공 화물을 받아볼 수 있는 빠른 물류 통관 서비스가 장점이다.
인력 충원도 중국의 어느 산업단지보다도 쉽다. 쑤저우시에는 대학교 6개, 독립과학기술연구기관 23개가 있으며 공업원구 내 10㎢ 크기로 조성된 대학원타운에는 중국과학기술대, 싱가포르국립대, 영국 리버풀대 등 18개 명문대 캠퍼스가 진출해 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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