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질다스 소린 노바엘이디 최고경영자(CEO)는 “혁신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를 공급하는 업체 수는 더 줄어들어야 한다”며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린 CEO는 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전시회(IMID) 비즈니스 포럼 연사로 참석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노바엘이디는 최근 제일모직과 삼성전자에 인수된 독일 OLED 소재 업체다. 그가 업계의 ‘구조조정’을 화두를 꺼내든 이유는, 그렇게 돼야만 보다 빠르게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소린 CEO는 “현재까지 개발된 OLED 소재의 혁신 진척도는 80% 정도인데, 나머지 20%를 달성하려면 지금까지 투입한 노력과 연구개발(R&D) 비용보다 더 많은 자원을 쏟아부어야 한다”며 “그러나 공급 업체가 ‘난립’한 현 상황에선 혁신의 속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OLED 소재를 공급하는 업체는 다우케미칼, 덕산하이메탈, 두산전자, LG화학, 유니버셜디스플레이(UDC), SFC, 이데미츠 코산, 제일모직(노바엘이디), 머크, 호도가야, 도레이, 신일본제철 등 10여개가 넘는다.
소린 CEO는 “OLED 패널 구조가 조금이라도 변하면 새로운 소재가 나와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소재쪽에 많은 R&D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며 “액정표시장치(LCD) 소재 시장을 머크가 독점하듯 OLED도 다수의 강력한 몇 개 업체로 재편이 이뤄진다면 혁신 제품(패널)의 상용화 기간도 단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린 CEO는 “OLED는 아직 걸음마 단계로 최대 경쟁상대인 LCD 대비 수명과 성능(해상도 등)이 떨어진다”며 “LCD를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구조조정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과 LG 같은 대형 패널 업체들이 소재 공급 업체를 소수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린 CEO는 “될 만한 소수 업체에 물량을 집중적으로 밀어주면 차세대 소재 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패널, 장비, 소재 업계가 서로 배척하는 분위기는 사라져야 한다”며 “3자의 협력 관계가 공고해진다면 OLED 시장은 빠르게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바엘이디는 2001년 설립된 회사로 독일 북부 드레스덴에 본사를 두고 있다. OLED 관련 보유 특허가 500여건에 이른다.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은 도핑(Doping, 불순물 첨가) 기술을 이용한 ‘PIN(P-doped, Intrinsic, N-doped) OLED’다. PIN OLED는 정공과 전자층 소재에 p형 소자를 첨가해 이동도를 높이고 수명을 향상시킨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소형 OLED 패널에 노바엘이디의 PIN OLED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그간 PIN OLED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출시될 플렉시블 OLED에 이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노바엘이디의 지난해 매출은 350억원 수준.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삼성벤처투자는 매출의 10배인 3455억원을 인수 비용으로 지불했다. 증권가에선 ‘다소 비싸게 샀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삼성 측에선 꼭 필요한 인수 작업이었다고 설명한다.
삼성과 LG가 벌여왔던 디스플레이 특허 소송전에서 삼성 측의 노바엘이디 인수는 결정적 협상카드가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