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이 삼성전자와 소니의 양강구도로 재편됐다. 불과 작년만 하더라도 이 시장은 올림푸스, 소니, 삼성전자 등 3강 구도에 각 업체별로 20~30%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흥미로운 결과다. 당시에는 니콘, 캐논 등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시장에서 수위를 다투는 업체도 본격적으로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GfK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점유율은 소니코리아가 50.9%, 삼성전자는 3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 업체가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니콘이 같은 기간 동안 1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밝힌바 있고 각 업체간 오차를 감안하면 캐논, 올림푸스, 후지필름 등은 한자리수 초반대에 머무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삼성전자와 소니가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는 시장이 커지는 속도에 제대로 적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해 콤팩트 카메라는 급속히 위축되고 있으며 DSLR 카메라도 일부 영향을 받고 있다. 이와 달리 미러리스 카메라는 착실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무엇보다 두 업체는 카메라의 핵심 부품인 CMOS 이미지센서(CIS)와 이미지 프로세서를 자체적으로 설계해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경쟁사와 비교해 빠른 속도로 제품가격을 낮출 수 있고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는 것이 가능했다.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했다는 의미다.
상대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렌즈의 경우 국내에서는 렌즈부대율, 그러니까 카메라 본체와 렌즈의 비율이 1.13 정도에 그치고 있어 사용자 입장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두 업체는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DSLR 카메라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핵심은 DSLR 카메라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성능의 제품과 함께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내놓겠다는 것.
예컨대 소니는 DSLR 카메라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는 풀프레임 CIS를 장착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초에는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하이엔드 카메라에 풀프레임 CIS를 내장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실적도 짭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는 신개념 카메라 ‘QX’ 시리즈도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으며 DSLR 카메라 모양을 닮은 저가형 모델 ‘알파3000’으로 저가, 고가 시장을 모두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스마트카메라’ 콘셉트로 ‘갤럭시NX’와 ‘NX300’, 그리고 ‘NX1100’을 통해 모든 가격대의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CIS 경쟁력에 있어서는 소니와 아직 기술 격차가 있지만 수광면적(화소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부분)을 강화한 ‘아이소셀(ISOCELL)’ CIS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다만 캐논과 니콘의 본격적인 반격이 변수다. CIS를 외부에서 수급하는 니콘은 차치하고서라도 캐논이 기존 ‘EOS-M’ 미러리스 카메라의 후속을 이르면 하반기에 선보인다면 내년 상황은 충분히 바뀔 수 있다. 캐논도 자체적으로 CIS, 이미지 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무엇보다 렌즈에 관해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삼성전자, 소니가 차지한 시장점유율이 다소 낮아지고 캐논, 니콘의 신제품 출시와 맞물려 보합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올림푸스 대주주로 올라선 소니가 양사의 기술을 서로 공유할 것으로 보이고 니콘은 카메라의 개념을 바꿀 컨슈머 제품을 개발중이어서 내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시장을 ‘지켜보는 재미’가 한층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