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호세인 야세이 이매지네이션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MIPS를 인수한 이유는 (ARM과) 모든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것”이라며 “어떤 산업이든 독점 구조가 지속될 순 없다”라고 말했다.
연례 미디어 투어 행사차 최근 방한한 야세이 CEO는 “독점 체제를 반길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이 같이 강조했다.
ARM은 인텔과 자사 관계를 ‘다윗(ARM)과 골리앗(인텔)’에 비유하지만 야세이 CEO는 생각이 다르다. 그는 지난해 출하된 모바일 AP 가운데 ARM 코어를 탑재한 제품 비중이 90%를 상회한다며 ARM을 ‘독점’ 기업으로 규정했다.
이매지네이션은 영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자산(IP) 전문 업체다. 설계한 IP를 반도체 업체에 판매(라이선스)하고 돈을 번다.
주력 상품은 모바일 그래픽처리장치(GPU)인 ‘파워VR’이다. 파워VR GPU는 애플 아이폰에 탑재되는 A 시리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전 제품에 탑재되고 있다. 애플로부터 ‘인정받은’ GPU IP인 셈이다. 파워VR은 최근 갤럭시S4에 탑재된 엑시노스 옥타에도 적용되는 등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매지네이션은 지난해 말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업체인 MIPS를 전격 인수했다. 이매지네이션의 사업 영역은 이제 ARM과 대부분 겹친다.
두 영국 IP 업체의 경쟁은 지난 2006년 ARM이 팔랑스라는 모바일 GPU 업체를 인수하면서 가시화됐다. ARM은 팔랑스 기술로 ‘말리’ 브랜드의 GPU를 내놓고 이매지네이션이 우위를 가진 모바일 GPU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CPU 코어 시장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묶음상품’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매지네이션의 MIPS 인수는 맞불작전이라 볼 수 있다. ARM이 CPU 경쟁력으로 GPU 시장에 진입하는 상황이라면 이매지네이션은 GPU 시장에서 갈고 닦은 경쟁력으로 CPU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이매지네이션이 모바일 GPU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 비중은 50%가 넘는다.
이매지네이션은 이날 5세대 고성능 MIPS CPU 코어 ‘워리어’가 올 하반기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리어는 ARM의 코어텍스-A50 시리즈와 직접적 경쟁이 예상된다. 워리어는 32비트와 64비트를 모두 지원하며 양쪽이 서로 호환된다.
그는 “MIPS가 강점을 가진 임베디드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인 뒤 모바일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며 “운영체제를 만드는 주체들이 다양한 CPU 아키텍처를 지원하게 된 건 MIPS CPU IP를 판매하는 이매지네이션에 분명한 기회가 될 것”라고 말했다.
야세이 CEO는 “지난 4월까지 MIPS CPU를 제외한 이매지네이션의 IP 누적 탑재 대수는 5억3500만개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라며 “2016 회계연도까지 10억개 출하 목표도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까지 MIPS 코어를 탑재한 칩 출하량은 7억개로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이매지네이션은 IP 라이선스 업체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IP 시장의 평균 성장률은 11.2%였지만 이매지네이션은 이보다 3배 높은 36.4% 성장했다. MIPS 역시 시장 평균치를 상회하는 17%의 성장을 이뤄냈다.
야세이 CEO는 “코카콜라가 있는 곳엔 항상 팹시가 있다”라며 이매지네이션이 ARM의 독점 구조를 깰 수 있는 업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