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영국 ARM의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사이먼 시거스는 “CEO는 변경되어도 회사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등 고객사 면담차 방한한 사이먼 시거스 ARM CEO 내정자는 23일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워렌 이스트 현 CEO의 뒤를 이어 오는 7월 1일 ARM의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시거스 CEO 내정자는 “ARM은 반도체의 핵심인 설계자산(IP)을 개발하고 이를 판매(라이선스)하는 사업 모델로 지속 성장해왔다”라며 “이를 바꿀 생각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ARM의 기술과 사업 모델로 인해 반도체 업체들은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혁신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라며 “이는 곧 전체 산업의 발전을 불러왔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첨단 제품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근간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ARM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같은 시스템온칩(SoC),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모뎀칩(베이스밴드)의 핵심인 코어(Core)를 설계하고 이를 반도체 소자 업체에 라이선스하는 IP 전문업체다.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미디어텍 등은 ARM의 프로세서 코어인 코어텍스-A 시리즈 설계자산을 구입해 이를 기반으로 AP를 만들어 판다. 엑시노스(삼성), A시리즈(애플), 스냅드래곤(퀄컴) 등은 모두 ARM 코어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출하된 모바일 AP 가운데 ARM 코어를 탑재한 제품 비중은 전체의 95%에 달했다. PC는 인텔의 x86 설계 칩이 장악하고 있지만 모바일은 ARM 천하인 셈이다.
AP에 탑재되는 코어텍스-A 시리즈 외에도 임베디드프로세서 코어인 코어텍스-R 시리즈, MCU에 탑재되는 코어텍스-M 시리즈도 지속 성장하고 있다. 산업 전반에 ARM 코어가 스며들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출하된 ARM 기반 반도체는 총 87억개로 전년 대비 9% 성장했다.
향후 ARM의 성장을 이끌 제품군은 R과 M 시리즈다. 특히 차량용 MCU와 센서류의 코어로 사용되는 M 시리즈의 판매 확대가 예상된다. 프리스케일, 인피니언, ST마이크로,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도시바, 후지쯔(스펜션에 MCU 설계 사업 부문 매각), 도시바, 아트멜 등이 ARM 코어텍스-M 시리즈 코어를 탑재한 MCU의 제품 가짓수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거스 CEO는 “이들이 내놓는 MCU는 사물간인터넷(IoT) 시대를 가속하고 ARM의 성장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처음으로 ARM의 매출이 미 달러 기준 1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매출 순위 1위인 인텔의 지난해 매출 533달러였다. 양사의 매출 차이는 50배가 넘는다. 인텔은 반도체 설계, 공정, 생산, 소프트웨어 역량을 모두 가진 종합반도체기업(IDM)이라 IP만 판매하는 ARM과 직접적 매출 비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업계 전반에 미치는 ARM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 같은 매출액 규모는 턱없이 낮다는 분석이다. ARM의 반도체 IP는 인텔의 텃밭인 PC, 서버 칩 시장의 질서를 붕괴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시거스 CEO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가 3000억달러인데, 우리 매출 규모는 매우 작은 수준이다”라며 “로열티가 저렴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철학”이라고 말했다. ARM의 존재로 인해 많은 업체들이 보다 저렴하고 다양한 반도체를 내놓을 수 있게 됐고, 이것이 산업 발전을 가속시켰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