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인 영국 ARM이 인텔의 ‘PC 생태계 텃밭’에서 신형 아톰 프로세서에 직격탄을 날렸다.
3일 노엘 헐리 ARM 프로세서 사업부 마케팅전략 담당 부사장은 컴퓨텍스 타이페이 2013 전시가 열릴 예정인 대만 타이페이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ARM 코어텍스 A15 아키텍처와 28나노 공정이 적용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22나노 인텔 실버몬트 프로세서보다 동일 소비 전력에서 더 높은 성능을 낸다”라고 주장했다.
실버몬트는 인텔이 최근 발표한 신형 아톰 프로세서의 개발 코드명이다. 이 제품은 현존하는 로직 반도체 가운데 가장 진보한 22나노 3D 핀펫(FinFET, 인텔 기술명 3D 트라이게이트) 공정으로 생산된다. 실버몬트 설계구조가 적용된 22나노 아톰 프로세서는 태블릿용 ‘베이트레일’, 스마트폰용 ‘메리필드’, 마이크로서버용 ‘아보톤’, 네트워크 장비용 ‘랭글리’로 분류된다.
태블릿과 스마트폰용으로 개발된 베이트레일과 메리필드는 ARM 설계구조를 채택한 모바일 AP와 직접적인 경쟁이 예상된다. 인텔은 실버몬트를 내놓으며 “기존 ARM 칩과 비교하면 평균 성능은 2배 가량 높고 전력 소모량은 4분의 1 가량 낮다(베이트레일 기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ARM은 이번 회견에서 이 같은 인텔의 주장에 발끈했다. 회사 측은 “코어텍스 A15 기반 프로세서의 동작 주파수(MHz)가 실버몬트에 비해 30% 낮지만 성능은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헐리 부사장은 “빅리틀(big.LITTLE) 아키텍처를 적용하면 보다 낮은 전력으로도 동등한 성능을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ARM은 주요 파트너사들이 내년 상반기 중 코어텍스 A 시리즈 아키텍처를 적용한 모바일 AP를 20나노로 생산할 계획이라며 이럴 경우 미세 공정에서도 인텔을 앞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ARM 기반 칩은 20나노, 16/14나노의 미세 공정이 적용될 예정”이라며 “이 같은 공정은 모두 올해 연말께 테이프-아웃(생산을 위한 일련의 준비 과정을 마쳤다는 의미)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폭스콘, 페가트론 같은 전자제품위탁생산(EMS) 및 PC용 메인보드 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사실상 인텔이 꾸며놓은 PC 생태계의 중심지다. ARM이 대만에서 인텔에 견제구를 던진 이유는, 이들의 기술(저전력) 진보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인텔 아톰 칩을 채용한 태블릿 ‘갤럭시탭3 10.1’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이 주요 제조사 안드로이드 기기에 프로세서를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RM으로서는 ‘시장 수성’이라는 과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셈이다.
ARM은 급성장하고 있는 중저가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ARM은 코어텍스 A9을 개량한 신규 아키텍처 ‘코어텍스 A12’와 보급형 그래픽처리장치(GPU) 말리-T622를 첫 공개했다. 코어텍스 A12는 A9과 비교하면 동일한 전력에서 40% 가량 높은 성능을 낸다. 말리-T622는 8개 및 4개의 쉐이더 코어를 내장한 T628, T624와는 달리 2개의 쉐이더 코어를 내장하고 전력 소모량을 50% 줄인 보급형 제품이다.
이안 드류 ARM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부사장)는 “ARM 코어텍스 A12와 말리-T622는 중저가형 스마트폰에 탑재된다”라며 “28나노 공정으로 생산돼 내년 후반기부터 완제품에 탑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350달러의 중저가형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5년 5억대에 달할 것”이라며 “ARM은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해 우위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