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은 이제 시작이다. 국내 네트워크 산업체에도 새로운 기회가 충분히 있다.”
김봉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위원은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지능통신기업협회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SDN 제품을 들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오픈네트워킹서밋(ONS)’ 행사에 가보니, 일본 업체도 7~8곳이 참가해 기술을 시연했지만 국내 업체는 단 한 곳뿐으로, SDN을 아직 산업으로 이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엄청난 기술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5세대 무선통신 분야를 결합하면 큰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SDN이 최근 IT네트워크 시장의 가장 큰 화두로 부상하면서 최근 SDN 신생업체들이 무수히 생겨났다. 초창기 SDN 대응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거나 거부감을 나타냈던 기존 네트워크 장비업체들과 글로벌 IT업체들도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김 위원은 “SDN의 비전을 보고 시스코같은 기존의 네트워크 장비업체들과 서버·클라우드 업체, 서비스사업자까지 거의 모든 업체들이 참여해 투자하고 있고, SDN과 오픈네트워킹 키워드를 띄우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SDN과 오픈네트워킹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일본, 유럽, 중국에 기반을 둔 주요 IT업체들은 충분한 자본력과 인력을 바탕으로 SDN 스위치나 컨트롤러·애플리케이션을 활발히 개발, 출시하고 있다. 대형 사업자들과 다양한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구축사례도 만들어가고 있다.
더욱이 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인터넷·통신사업자, IT·네트워크 업체들 간 이합집산도 활발하다.
2011년 3월 오픈플로우 기반의 SDN을 주도하고 있는 오픈네트워킹파운데이션(ONF)이 가장 먼저 결성된 후, NFV(네트워크기능가상화)와 오픈데이라이트까지 최근 SDN 관련 협의체가 잇달아 등장했다.
ONF은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서비스사업자들이, NFV는 BT, 도이치텔레콤, 버라이즌 등 유럽의 통신사업자들이 각각 주도해 만들었다. 최근 리눅스재단을 주축으로 발족한 오픈데이라이트는 사실 브로케이드, 시스코, 시트릭스, 에릭슨, IBM, 주니퍼네트웍스 등의 IT·네트워크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업체 대부분은 ONF 멤버이기도 하다.
특히 이 오픈데이라이트 프로젝트는 크게 주목받고 있다. 김 위원은 “진정성에 의구심이 존재하고는 있지만, SDN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출범 목표대로 개발 결과를 도출하게 되면 SDN 컨트롤러와 노스바운드 API(애플리케이션프로그램인터페이스) 등을 포함해 사실상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호환성 확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승산없는 싸움’이라는 식의 견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시작해서 이들 해외 유수의 업체들을 제칠만한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시장기반을 확보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같은 시각에 반박하듯, 김 위원은 “SDN은 크게 과장(hype)돼 있다. 실제 SDN 제품은 초기단계이고, 유즈케이스도 단순하다. 아직까지 기대효과 면에서도 기존 기술과의 확실한 차별성은 불충분한 상태이며, 사용자들도 아직 반신반의하며 얼리어댑터들만 도입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피력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는 SDN 도입시 효과로 첫 손에 꼽는 비용절감 효과는 아직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다. 사업자 입장에서 SDN의 도입시 비용절감 효과는 40~50% 수준으로 예측된다.
또한 초기투자비용(CAPEX)이 줄이려면 대표적으로 오픈플로우 등을 통한 표준화로 장비 단가가 더욱 낮아져야 한다. 운영비용(OPEX)을 줄이려면 관리를 자동화하고 설정 오류나 에러 빈도를 줄여야 한다. 현재의 CLI(커맨드라인인터페이스) 방식에 비해 API 프로그래밍이 한층 쉽고 에러 발생 등을 줄일 수 있는지도 아직 의문시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개발이나 설정에 있어 단순하고 편리성을 높이는 것보다는 유연성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오픈플로우 스위치도 플로우 테이블 폭증이나 컨트롤러 간 메시징 성능 문제를 해결하고 벤더 종속성이 발생할 수 있는 등 아직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