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주니퍼, HP, IBM 등 주요 IT·네트워크 업체들이 대거 참여한 리눅스재단의 ‘오픈데이라이트’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이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네트워크 시장 변화를 이끌고 있는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생태계가 큰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픈데이라이트’는 오픈소스로 공통의 SDN 프레임워크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SDN 컨트롤러와 가상 오버레이 네트워크, 프로토콜 플러그인,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 및 프로그램가능한 인터페이스까지 포괄한다.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시스코, 에릭슨, 알카텔루슨트(누아지네트웍스), 주니퍼네트웍스, IBM, NEC와 아리스타네트웍스, 델, 후지쯔, HP와 마이크로소프트, 시트릭스, VM웨어까지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관련 주요 IT업체들이 대거 참여한 것에 있다.
특히 시스코가 주도적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점이 가장 주목된다.
사실 SDN의 확산은 네트워크 시장에서 시스코의 입지를 크게 위협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초기에 브로케이드, HP, IBM 등 시스코 경쟁사들이 오픈플로우 지원에 발빠르게 나선 반면에, 시스코는 오픈플로우와 SDN 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주니퍼 역시 SDN 대열에 뒤늦게 합류했다.
시스코는 작년 6월에 프로그램가능성을 제공하는 ‘ONE(오픈네트워킹환경)’ 전략을 발표한 뒤 연말부터 부쩍 SDN 대응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ONE’ 구성요소인 SDN 컨트롤러와 애플리케이션을 발표하고, 오픈플로우 에이전트와 무료 개방한 가상스위치 ‘넥서스 1000V’ 버전을 확대했다. 오픈스택도 지원한다.
더욱이 리눅스재단이 이끄는 이번 ‘오픈데이라이트’ 참여는 오랫동안 ‘폐쇄’의 아이콘으로 인식됐던 시스코가 ‘오픈’ 네트워킹 물결에 완전히 합류한 것으로 비친다.
시스코뿐만 아니라 독자 기술을 사용해온 네트워크 업계 전반에 ‘오픈’ 기술이 대세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확산되면서 이미 IT 시장에서는 ‘오픈’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마지막 남은 분야가 ‘네트워크’로, SDN이 바꿀 것이란 기대가 높다.
‘오픈데이라이트’는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이 주도한 오픈네트워킹파운데이션(ONF), 유럽 통신사들이 주축이 된 NFV(Network Function Virtualization)와는 달리 업계 기술 리더들이 주축이 돼 있다.
이 프로젝트로 개발될 오픈 SDN 프레임워크와 플랫폼은 오픈 SDN 컨트롤러와 가상 오버레이 네트워크, 프로토콜 플러그인,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 및 프로그램가능한 인터페이스까지 포괄적으로 해당된다.
ONF가 주도하는 오픈플로우도 활용한다.
성일용 시스코코리아 부사장은 ‘오픈데이라이트’ 프로젝트와 관련해 “SDN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변화의 시작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성 부사장은 “전통적인 기술 업체들도 이제 오픈소스로 나아간다”며, “시스코 역시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오픈소스를 주도하는 새로운 입장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픈데이라이트’는 ONF와 상충되지 않고 ONF를 보완하게 될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가 사우스바운드 기술뿐만 아니라 컨트롤러, 애플리케이션, 버추얼 스위치까지 모두 포괄하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아키텍처가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물론 업계에서는 시스코가 ‘오픈’보다는 ‘시스코 SDN’, 즉 자기 방식으로 SDN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도 많다.
이 프로젝트에서 눈에 띄는 한가지는 빅스위치네트웍스의 참여다. 빅스위치는 SDN 신생업체로 분류되는데, 예상 밖으로 이 프로젝트에 중요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SDN 시장에서 자리 잡은 빅스위치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시각과 함께 플랫폼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s)인 ONEPK 등 자기 방식을 관철하려는 시스코를 견제하기 위해 나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이들 주요 업체들의 협력체 구성으로 시장에서 신생 SDN 업체들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IT 공룡, 거물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 SDN으로 변화하는 시장에서 주도권과 기존에 확보해온 입지를 유지하려는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또한 향후 네트워크 시장이 SDN으로 점차 대체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SDN이 완전히 ‘오픈’ 기술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네트워크 업체들의 수익 모델 창출을 위한 전략에도 궁금증이 모아진다.
이를 위해 업체마다 차별화 전략과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은 ‘오픈데이라이트’의 성공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해관계가 맞물린 업체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인가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현재 ONF에서 추진해온 오픈플로우 최신 버전 개발 역시 더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실제로 각자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결국 협력체가 깨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리눅스재단은 ‘오픈데이라이트’의 첫 코드, 성과물이 올 3분기에 나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음주에 개최되는 오픈네트워킹서밋(ONS)에도 등장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류기훈 오픈플로우코리아 대표는 “‘오픈데이라이트’의 가능성은 대단히 크다. 빅벤더들이 어느정도로 협력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리눅스재단이 주최하기 때문에 일정수준의 오픈소스와 기본 플랫폼은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