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네덜란드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인 ASML이 미국 광원업체 사이머의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으로 인해 발생가능한 봉쇄효과, 협조효과 증대 등의 경쟁 제한적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①ASML 및 사이머의 판매 부문을 독립 운영하고 ②기밀정보 교류방지를 위한 방화벽 설치하며 ③광원구매 및 판매에 있어 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원칙 준수하고 ④리소그래피 시스템의 판매에 있어 결합당사회사의 남용행위를 금지하는 조건을 달았다.
노광 장비는 레이저를 이용해 웨이퍼상에 회로를 그리는 장비로 리소그래피 장비라고도 불린다. ASML은 지난해 10월 사이머의 주식 100%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을 포함한 6개국에 기업 결합 승인을 요청했다. 사이머는 13.5nm의 극히 짧은 파장을 사용하는 극자외선(EUV) 광원 기술을 갖고 있는 업체다. 이미 미국, 대만, 독일, 이스라엘, 일본 정부로부터 사이머 인수 관련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다.
공정위는 반도체 칩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SML로부터 대부분의 노광장비를 구매하고 있어 이번 건 결합으로 직접적 영향을 받게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ASML은 80% 이상의 점유율로 전체 노광 장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노광 장비의 핵심 기술인 광원은 미국 사이머(72%)와 일본 기가포튼(28%)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일본 캐논과 니콘이 반도체 노광 장비를 생산하고 있지만 시장 영향력은 크지 않다.
공정위는 ASML과 사이머가 노광 분야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높고 일본 니콘과 캐논 등이 대체 공급선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즉 니콘과 캐논이 노광 장비를 만들 때 비용 증가를 유도해 그 입지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어 판매 부문의 독립 운영 등 조건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 인텔과 같은 구매자의 지위가 강력하므로 ASML이 지배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다소 완화될 소지가 있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