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황 호전…메모리·팹리스·파운드리 ‘견인’
- IC인사이츠 “1분기 세계 반도체 시장 1% 성장”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메모리 가격 상승,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매출 확대 등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특히 퀄컴(팹리스), TSMC(파운드리), SK하이닉스(메모리생산)는 전년 대비 매출이 20%나 성장하며 시장 확대를 견인했다. 전통적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ST마이크로, 르네사스, 인피니언 등은 매출 하락세가 지속됐다.
14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1분기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0개 기업의 매출 규모는 535억700만달러로 작년 1분기(524억5900만달러) 대비 2% 늘었다.
업계의 매출 성장은 메모리 제조업체, 팹리스, 파운드리 업체가 이끌었다. 메모리는 수급 균형에 따른 D램 가격 상승이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업계 매출 순위 2위인 삼성전자는 1분기 79억52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 작년 1분기 대비 13% 성장했다. SK하이닉스는 25억7700만달러로 무려 22%나 성장했다. 업계 순위도 8위에서 7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마이크론 역시 4% 확대된 21억8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올 상반기 일본 D램 업체인 엘피다의 인수 작업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매출 규모는 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1분기 마이크론과 엘피다의 매출 합계는 30억6000만달러였다.
퀄컴은 전 세계 반도체 업체들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주력 사업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베이스밴드(BB, 모뎀)칩 판매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1분기 퀄컴의 매출은 39억16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8%나 성장했다. 반도체 업계 매출 순위도 5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무선랜 등 커넥티비티 칩이 주력 사업인 브로드컴,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 업체인 엔비디아도 각각 10%, 8% 매출 규모가 확대됐다. 퀄컴, 브로드컴, 엔비디아는 반도체 생산 공장을 가지지 않은 팹리스 업체다.
팹리스가 주요 고객인 파운드리도 매출 성장세를 지속했다. TSMC는 전년 대비 26% 확대된 44억6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글로벌파운드리(GF)와 UMC도 각각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6%, 12% 성장했다. TSMC, GF, UMC와 같은 순수 파운드리 업체들의 매출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팹리스 업체들이 성장하고 있는데다 TI와 인피니언 등 IDM들이 고정비 축소를 위해 파운드리 의존도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사용량은 증가하는 가운데 이처럼 생산시설이 줄어드는(늘지않는) 경향을 업계에선 ‘팹라이트’ 현상이라고 말한다.
매출 축소로 우울한 업체도 물론 있다. 반도체 매출 순위 1위 업체인 인텔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 축소됐다. PC 수요 감소로 마이크로프로세서(MPU) 판매가 줄었기 때문이다. ST(-1%), 인피니언(-6%), TI(-7%) 같은 IDM의 매출도 떨어졌다. 일본 업체들도 울상이다. 도시바(-10%), 르네사스(-20%), 후지쯔(-26%), 소니(-31%) 등 업계 순위 상위 20개 기업 내 포진한 일본 반도체 업체 모두 매출이 줄어들었다. 이들은 실제 판매가 줄어들기도 했지만 엔화 약세로 인해 미국 달러 기반 매출 집계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낸드플래시가 주력 사업인 도시바의 경우 엔화 기준으로는 매출이 5% 늘었다고 IC인사이츠는 설명했다.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 매출이 축소된 팹리스 업체는 AMD가 유일하다. AMD는 PC용 MPU와 GPU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업체다. 이 회사는 1분기 10억88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 전년 대비 31% 역성장하며 위기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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