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전동수 삼성전자 DS총괄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PC 수요가 부진한데 D램 가격이 오르는 건 공급자가 의도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며 “이런 건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전 사장은 8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3년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기총회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스마트폰 판매 확대로 수요가 늘고 있는 모바일 메모리라면 가격이 올라도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PC 수요는 하향세인데 D램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건 건전치 못하다는 얘기다. 그는 “PC든 스마트폰이든 메모리가 전체 재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세트 판매가 줄어들면 손해는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라며 “적당한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1.3% 줄어든 3억4580만대로 전망되고 있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반면, D램 가격은 오름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2Gb DDR3)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11월 하순 0.8달러로 저점을 찍은 뒤 2월 하순까지 3개월 연속 상승하며 무려 35%나 올랐다. IC인사이츠는 지난 1월 D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판매가격(ASP)이 각각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 37% 올랐고 이에 힘입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9.9%나 확대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수요가 부진한 데 이처럼 가격이 오르는 건 공급 업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PC용 D램을 생산하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일본 엘피다(자회사격인 대만 렉스칩 포함)를 품을 미국 마이크론 정도다. 이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구매자(완제품 업체)보다 공급자(소자 업체)의 지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난해부터 계속적으로 나왔었다.
전 사장은 “모바일 D램에 집중한 삼성전자는 PC용 D램 시장 점유율이 15%로 매우 낮고, 엘피다를 인수한 마이크론이 나머지 50% 이상의 점유율 갖고 있다”며 “PC용 D램 가격은 삼성전자 의도와는 상관 없이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PC용 D램을 주력으로 삼는 업체가 의도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 전 사장의 견해다. 전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8이 PC 수요 확대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라며 “중장기적으로 PC 산업은 힘들 것으로 본다”고 단언했다.
스마트폰 판매 확대로 모바일 메모리 시장은 활황이다. 그는 “올 상반기 각사들이 전략 스마트폰을 내놓을 계획인데 이 덕에 모바일 메모리는 수요가 굉장히 크다”라며 “다만 이들 세트 업체의 수요 예측치에 거품이 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만 볼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 사장은 2분기 모바일 D램의 수급이 균형을 맞춘 뒤 3분기에는 공급부족 현상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10나노급 이하 노드에 적용될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기술 문제도 있지만 투자수익률(ROI)도 고려해야 한다”라며 “지금도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제품 부가가치를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여전히 고민이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투자 계획에 대해 “2분기 모바일 메모리의 진짜 수요를 확인한 뒤 결정하겠다”라며 “예전에는 투자 리드타임이 6~8개월이었지만 최근에는 4개월 이하로 줄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