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윈도8 출시 효과 있나 없나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전동수 삼성전자 DS 총괄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윈도8 PC가 (미디어) 태블릿의 시장 잠식을 얼마나 잘 막아낼 것인가가 향후 투자의 변수”라고 말했다.
그는 태블릿 진영과 PC 진영이 창과 방패를 들고 ‘굉장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PC 진영이 방어에 성공하면 D램이, 그 반대라면 낸드 시장이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텔코리아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달 초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윈도8 디바이스 데이를 열었다.
행사장에는 주요 PC 제조업체들이 출시한 윈도8 터치 울트라북이 전시됐다. 이들 제품의 면면을 살펴봤더니 PC 진영은 울트라북에 터치를 더해 태블릿의 공격을 막아내겠다는 전략을 짠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폼펙터(형태)에 관한 심각한 고찰이 없었던 것 같아 보이는 이들 제품을 접하곤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화면을 뗐다 붙일 수 있는 삼성 제품은 덜렁덜렁 조잡했고, 뗐다 붙였다를 자주 하면 포트에 물리적인 손상이 갈 것 같다는 우려가 들었다.
화면 개방각이 좁아 무릎 위에 놓고 쓰기도 쉽지 않다. 소니와 LG전자의 슬라이딩 방식은 조잡함은 없지만 고정된 화면 각도가 불만이었다. 상판 앞 뒤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두 개를 단 에이수스 제품은 가격만 비쌀 뿐 제품 형태에 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대부분의 제품이 이런 식의 불편함 한 두 가지는 갖고 있었다.
윈도8 울트라북이 출시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에선 윈도가 깔려 있지 않은 저렴한 ‘깡통PC’가 잘 팔린다는 전언이다. 깡통PC는 윈도 대신 공짜 도스 운영체제를 넣어 가격이 30~40만원대로 매우 저렴하다. 한 관계자는 인텔과 MS 진영에 끼지 못한 AMD가 최근 자사 CPU가 탑재된 깡통PC를 한 대씩 팔 때 마다 리베이트(보상금)로 5달러씩 준다며 PC 제조업체도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언젠가부터 PC를 고를 때의 최대 기준은 ‘가격’이 된 것 같은데, 윈도8 시대에도 이 기준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태블릿의 시장 잠식을 막아내긴 힘들 것이다. MS는 MS대로 윈도8 출시가 늦었고, PC 업체들은 기구 설계 분야에서 혁신 노력은 부족했다는 생각이다. 삼성이 애플이 LG가 HTC가 전략 스마트폰과 태블릿 한 대를 내놓기 위해 개발 과정에서 엄청난 공을 들인다는 점을 PC 업체들은 알아야 한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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