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전동수 삼성전자 DS총괄 메모리 사업부 사장은 25일 오후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제5회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과거처럼 불경기 때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호황일 때 왕창 벌어들이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PC는 2~3개(HP, 델, 레노버 등), 스마트폰은 2개(삼성전자, 애플) 업체가 대부분의 수요를 창출하고, 메모리를 공급하는 업체도 삼성전자를 포함해 사실상 3~4개로 줄어드는 등 승자 독식 시대가 열렸다”며 “이처럼 업체가 줄어들면 시장 예측력이 올라가고 ‘자율적 보정 능력’이 커지면서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현상은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메모리 업계에서 치킨게임이 일어났던 이유로 시장에 너무 많은 업체들이 난립해 잘못된 예측으로 투자를 하고 제품을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경제 사정에 따라 때로는 심각한 공급부족 현상을, 때로는 심각한 공급과잉 현상을 겪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벌 때는 하위 업체들도 확 벌고 못 벌 때는 1등 업체까지도 심각한 수준의 적자를 냈었다.
그는 그러나 업체 수가 줄어들어 치킨게임이 없어지고 자율 보정 능력이 커지면서 앞으로는 이처럼 시장이 출렁거리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사장은 “하드디스크 시장이 시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 2개 업체로 재편되면서 영억이익률이 과거 5%에서 최근 20%까지 올라갔다”며 “메모리 반도체 쪽에선 최근 도시바 감산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보정 사례에 대한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그는 치킨게임이 끝난 현재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성장 동력은 ‘원가 절감’이 아닌 ‘가치 창조’라고 강조했다.
전 사장은 “몇몇 소수 업체가 대부분의 세트 수요를 창출하니 이들 전략에 따라 부품 업체가 흥하거나 망할 수 있다”며 “시장이 좋고 나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거래선이 필요로 하는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느냐가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 키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메모리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고 답하며 “시장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권오철 SK하이닉스 사장도 전동수 삼성전자 사장과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권 사장은 “메모리 업체가 3~4개로 줄어든 상황에서 과거처럼 무모하게 치킨게임 전략을 펼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기술적 한계로) 미세공정전환에서 오는 비트그로스 상승률이 상당히 제한적이고 범용 제품보단 스페셜티 제품 비중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무작정 찍어내도 팔지 못 한다”라며 “그런 점에서 세계 시장에서 메모리 공급량은 합리적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